로봇청소기, TV, 스마트폰 등 국내 IT·가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중국 기업들이 에어컨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을 앞두고 가전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4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쿠팡 등 이커머스를 통한 중국 가전 기업들의 에어컨 판매량은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쿠팡의 경우, 에어컨 부문 판매 2, 3위가 TCL과 하이얼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중국 에어컨의 절반 이상은 '소형' 제품으로 파악된다. TCL, 하이얼 등이 만들어 파는 벽걸이형 에어컨도 적지 않지만 제품 숫자는 소형이 훨씬 많다. 소형 에어컨은 휴대하기 간편하고 어디에서든 설치가 용이하도록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선 주로 1인 가구, 캠핑족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중국 에어컨이 인기를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소형은 평균 10만원대이며 벽걸이형 에어컨도 국산 제품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하다. 일부 에어컨들은 실외기가 없어도 쓸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이커머스 업체를 통한 무상 AS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중국 기업들이 우리 에어컨 시장에 대대적으로 진출했다가 실패를 겪었던 경험을 본보기로 삼아 새로운 전략으로 재도전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지금 판매 점유율은 매우 미약하지만 앞으로 늘어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에어컨이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아직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90% 가까이 독식하고 있는 삼성과 LG 에어컨의 아성을 당분간 넘긴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인공지능(AI)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중국의 'AI 가전' 출시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을 위협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중국 기업들은 향후 물량을 앞세운 파상공세로 나설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에어컨 생산량은 지난해 2억6598만대에 달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회사 창립 이래 가장 많은 680만대 이상의 에어컨을 출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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