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상황" 李대통령, 고심 끝에 '나토 회의' 불참

나토 정상회의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
李대통령, 미국의 기습적인 이란 공습 이후 불참으로 가닥…"대참 문제 나토와 협의"
G7 회의서 트럼프 조기 귀국으로 정상회담 무산…과제로 남아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 낮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국내 현안에 집중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왔으나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미국이 기습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사실상 '참전'을 한만큼, 국제 정세가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은 또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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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22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도저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면서 "정부 인사의 대참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3시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예고했었다. 이에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나토 회의 참석을 알리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발표 시간이 임박해 브리핑은 취소됐고, 오후 6시 20분쯤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는 서면 브리핑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 그리고 최근 급격히 악화한 중동 정세를 함께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 이후 양국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나토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이 초청국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나토는 3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해 중국과 북한을 공동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나토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포함된 인도·태평양 4개국(IP4)을 매년 초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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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행동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도중 중동 위기를 이유로 갑자기 귀국해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이번 공급과 관련한 지지의 입장을 요구할 게 분명한 상황에서 나토 회의 참석의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정세의 불안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대응으로 인해 나토 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게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관세 포괄합의)' 등 통상 현안을 두고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국내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밝혀온 점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최근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해외 일정이 국정 운영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 따라 대통령실은 나토 측과 협의해 적절한 대표를 파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사회 협력과 역할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국제적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서방 동맹국들에 한국의 국제적 협력 의지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나토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불참 결정이 국제사회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한국이 나토 측과의 협의를 통해 외교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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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결정은 국내 문제를 우선으로 두면서 국제적 메시지 관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나토와의 협의를 통해 대표단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외 복합 위기에 대응한 이 대통령의 실용적 외교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세심한 후속 외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이번 결정이 실용 외교라는 기조에 맞는 판단인 만큼, 향후 나토와 협력 채널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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