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를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졌다. 산적한 국내외 현안을 야당과 소통을 하면서 풀어가려는 모습을 부각하면서, 국정에도 속도 내겠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외교의 성과와 민생을 위한 실용적 협치를 강조했고, 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 등 정치적 쟁점을 중심으로 비판을 이어가며 각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가능하면 좀 많이, 빨리 뵙자는 입장이었다"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손 한번 잡을까요"라고 제안하는 등 통합 의지를 부각했다. 이 자리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가치나 회복력 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도 말씀드리고 싶다"며 "G7 회의는 의외로 많이 환대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꽤 많은 상태였는데, 우리 입장에선 대한민국의 모든 혼란상이나 위기 상황이 정리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대외 문제 관련해서는 잘 조율해 가며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현안과 관련해서도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자리에서 따로 말씀을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최근뿐 아니라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웠다. 국민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 우리가 추경안을 집행해야 하는데, 정책에서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하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추경 부작용…각 세운 야당 지도부
이날 야당 지도부는 회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강하게 각을 세웠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자 검증 내용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고, 검증에 임하는 태도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도 하기 전에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차관을 대동해 현장에 나가는 등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국회를 우습게 보는 모습은 대통령의 성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확장 재정이 물가 상승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면밀히 검토해달라"며 "추경에서 소비쿠폰, 부채 탕감 위주의 편성은 성실 채무자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주52시간제 등 경직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야당은 G7 외교 성과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한미 정상회담 조속 개최와 통상 문제 해결, 초당적 외교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외교·안보는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인 만큼 여·야·정이 지혜를 모아 국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과 제언을 경청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가족 신상까지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유능한 분들이 입각을 꺼린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협치 의지에 감사하며 추경과 인사청문회 등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청문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신뢰를 쌓는 것이 협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 간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이는 국회에서 여야 간 잘 협상할 문제"라고 했다고 우 정무수석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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