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거짓말 잘해" 하멜, 유럽 한국학상서 이름 뺀다

기존 헨드릭하멜상의 명칭을 AKSE상으로 바꿔

'하멜 표류기'에 조선인은 거짓말과 도둑질을 잘한다고 기록한 헨드릭 하멜(1630∼1692)의 이름이 유럽 한국학계 학술상에서 빠진다.


연합뉴스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유럽한국학회(AKSE) 총회에서 기존 헨드릭하멜상의 명칭을 AKSE상으로 바꾸는 안건이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코렌브뤼흐의 하멜 동상. 헨드릭 하멜 박물관 홈페이지.

네덜란드 코렌브뤼흐의 하멜 동상. 헨드릭 하멜 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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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SE는 유럽 출신 연구자들이 주도하는 한국학 모임이다. 2017년부터 영어를 포함한 유럽 언어로 된 학술 논문이나 출판물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2년에 한 번씩 상을 주고 있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회계사 겸 서기로, 상선 스페르버르호를 타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 배가 난파돼 제주도에 표착했다. 이후 13년간 조선에 억류됐다가 일본으로 탈출한 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 각국에서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한국에서는 '하멜 표류기'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해당 서술에는 "조선 사람은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하고 속이는 경향이 강하다"와 같은 부정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하멜의 기록은 200년 넘게 유럽 사회에서 조선에 대한 유일한 정보로 인식되며 한국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동시에 조선인을 야만적이고 거칠게 묘사한 내용이 한국 이미지에 왜곡을 가져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유럽이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하멜의 이름을 딴 상의 존재를 문제 삼아 왔으며, 수년 전부터 명칭 변경을 요구해 왔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19세기까지 하멜의 책을 읽은 유럽 뱃사람들이 조선 근처를 지날 때 무서워서 항해 속도를 높였다는 기록도 있다"며 "하멜은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조명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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