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에 갇힌 생명줄"…안동시의회,낙동강·안동댐 정화 국가책임 촉구

영풍제련소 폐쇄 요구
"물 주권 침해, 지방이 감당할 수 없다"

경북 안동시의회가 낙동강 및 안동댐 상류에 축적된 중금속 오염 실태를 '국가 재난' 수준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전면적 정화사업 추진과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 안동시의회 전경. 권병건 기자

경북 안동시의회 전경. 권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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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의회는 지난 19일 제259회 정례회에서 '낙동강 및 안동댐 상류 퇴적 중금속 정화를 위한 정부 조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 낙동강 상류, 중금속의 '침묵의 살인자'

낙동강은 영남권 1300만 주민의 식수원이다. 그 상류에 위치한 안동댐은 경북 북부 지역의 생명줄이자, 국가 수자원의 생태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는 수십 년간 카드뮴, 수은, 납, 아연 등 각종 중금속이 퇴적된 '오염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2021년 환경부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에는 연간 8t 이상의 카드뮴이 유입되고 있으며, 안동댐 내 퇴적물 대부분은 '매우 나쁨' 등급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기와 갈수기에는 퇴적 중금속이 용출돼 농업용수와 식수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시의회는 건의안에서 "이타이이타이병, 신경계 손상, 만성 신장질환 등을 유발하는 중금속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생명권 침해"라며 "이미 인간과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 반복된 환경 범죄, 무기력한 행정…"제련소 폐쇄만이 답"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서는 폐쇄 조치를 강도 높게 촉구했다. 해당 제련소는 2014년 이후에만 80건이 넘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2014년 이전 자료는 통계조차 남아있지 않아 사실상 '무법지대'였다는 지적이다.

시의회는 "영풍제련소는 반사회적 기업으로, 지역과 공존할 수 없는 수준의 중대 환경 범죄를 반복해왔다"며 "폐쇄와 철거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농공대 와타나베 교수팀의 조사 결과, 일부 국내 연구기관이 오염 실태를 축소·왜곡했다는 의혹도 건의안에 포함됐다. 시의회는 "국내 조사에 대한 국제적 신뢰마저 훼손된 상황"이라며 환경부에 종합적인 재조사를 요구했다.


◆ 한국수자원공사 책임론…"물만 공급하고 정화는 외면"

수자원 관리의 실질적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소극적 태도도 비판 대상이 됐다. 시의회는 "공사는 오염된 수자원을 그대로 공급하면서, 정화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수질개선과 퇴적물 정화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제는 지방의 몫이 아니다"…정부 책임 촉구

이번 건의안은 단순한 건의 수준을 넘어,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재난을 국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안동시의회는 건의안에서 ▲중금속 오염 실태 재조사 및 결과 공개 ▲국가 차원의 정화 로드맵 수립 ▲정부-지자체 공동협의체 구성 ▲정화사업의 국비 반영 ▲영풍제련소에 대한 법적·행정적 강경 조치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생태 뉴딜 모델 설계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정화사업은 단순한 오염 복원이 아니라, 지역경제 재생과 직결된 중대한 과제"라며 "생태 복원과 함께 지역 주민의 고용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뉴딜 형 정화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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