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80대 남성이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스페인 계단' 위를 차량으로 주행하다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17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새벽 4시 30분께 81세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스페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운전자는 현장을 순찰하다가 상황을 목격한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운전자는 부상은 없었으나 발견 당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운전자의 음주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출근길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 계단으로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문화재 손상 여부를 포함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고로 계단 위에 정차한 차량은 소방 당국에 의해 견인됐다.
스페인 계단의 정식 명칭은 '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Scalinata di Trinita dei Monti)이다. 스페인 광장과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을 이어주기 때문에 통칭 스페인 계단으로 불린다.
스페인 계단은 1953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배경이 되며 널리 알려졌다. 이곳은 2019년부터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 사건을 담은 영상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많은 누리꾼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였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들의 면허를 당장 박탈해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갱신해준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는 등의 다소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한편 앞서 2022년에는 30대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관광객이 스포츠카를 몰고 스페인 계단을 질주해 문화재 손괴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같은 해에는 미국인 관광객이 계단 위에 전동스쿠터를 던져 처벌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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