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모자이크 처리한 북한…한국인 세계 무대 활약 철저히 숨겨

페널티킥 득점장면 의도적으로 가려
득점자 표시 없이 경기 결과만 소개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송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 선수의 득점 장면을 의도적으로 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TV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PSG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간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20일 중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20시 정규 보도시간에 국제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코너에서 2025년 클럽월드컵 조별 예선경기를 소개하는 가운데 PSG 이강인 선수의 패널티킥 쐐기골 장면에서 이강인(빨간원)선수의 골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20시 정규 보도시간에 국제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코너에서 2025년 클럽월드컵 조별 예선경기를 소개하는 가운데 PSG 이강인 선수의 패널티킥 쐐기골 장면에서 이강인(빨간원)선수의 골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 경기에서 PSG는 후반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으로 네 번째 골을 기록하며 4-0 대승을 거뒀다. 이 득점은 이강인 선수가 마무리한 것이었지만, 북한 방송은 해당 장면에서 그의 얼굴과 등 번호를 흐릿하게 처리했다.

또 "이 경기에서는 PSG팀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팀을 4대 0으로 이겼다"고만 짤막하게 소개할 뿐, 득점자의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 국적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는 북한 당국의 통제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방송은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UCL(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유럽 축구 리그 경기도 방영하고 있으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PSG) 등 한국 선수 출전 경기는 일관되게 제외하거나 선수 노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와 같은 보도 행태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에서는 경기장 내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했고, 2024 AFC U-17 여자 아시안컵 보도에서도 한국 유니폼의 태극기 문양을 가렸다. 또한 한국 선수단을 '괴뢰 한국팀'으로 지칭하는 등 용어 선택에서도 강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2023년 하반기부터 한국을 '남조선' 대신 '괴뢰'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같은 해 말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더욱 강화됐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을 뜻하는 한자어다. 북한의 조선말 사전에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되어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이라는 풀이가 가장 먼저 나온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