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과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함께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인 LA다저스 홈구장 주변에서 단속 요원들이 목격돼 논란이다.
19일(현지시간) LA다저스 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오늘 아침 ICE 요원들이 다저스타디움에 와서 주차장 진입 허가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입장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을 통해 다저스타디움 현장에 연방 요원들이 있다는 보도가 확산하자 팬들은 이날 저녁 경기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대 일부는 경기장 앞에 몰려들어 ICE를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ICE 등을 지휘하는 미 국토안보부는 엑스 계정에 다저스 구단의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이것은 다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관세국경보호청(CBP) 소속 차량이 어떤 작전이나 법 집행과 관련 없이 스타디움 주차장에 아주 잠시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CBP 관계자는 "요원들이 차 고장 때문에 해당 주차장에 머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저스타디움은 시내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는 외곽 언덕배기에 있다. 주차장 또한 일반 도로에서 진입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다다를 수 있는 구조라 경기 관람 외에 다른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한 접근할 일이 거의 없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6일부터 LA에서 이어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진압을 위해 산하 기관인 CBP 요원들을 LA 일대에 대거 투입했다.
CNN은 이날 나타난 다저스 구단과 이민 당국 간의 갈등이 이 지역의 이민 단속을 둘러싼 긴장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저스 팬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라틴계 이민자들은 구단이 팬들을 더 보호할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라틴 팝 가수인 네자(Nezza)가 경기 시작 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미 국가를 부른 일이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이를 만류하는 다저스 관계자의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라틴계 팬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이에 다저스 구단은 "해당 공연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퇴장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네자를 다시 구장에 초대할 의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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