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으로 아들 결혼식 연기 '희생'"…네타냐후 망언에 성난 민심

미사일 피격 병원 방문해 '개인적 희생' 발언
야당 의원 "네타냐후는 나르시시스트" 비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공격으로 아들의 결혼식이 연기된 것을 두고 '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본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소로카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4만3000여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영국 대공습을 언급하며 "공습 당시의 영국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공습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있고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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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각자가 개인적인 희생을 떠맡고 있으며 우리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아들 결혼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들이 미사일 위협으로 결혼식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아들의 약혼녀에게도 개인적인 희생이라고 표현했다. 또 개인적 희생을 견디고 있는 자신의 아내는 영웅이라고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차남인 아브네르는 결혼식을 지난해 11월에서 지난 16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안보상 이유로 다시 연기됐다.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17년이 넘는 집권 기간 그가 이스라엘의 일상적 현실과 정서적으로 점점 더 단절되어 있다는 비판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 길라드 카리브는 네타냐후 총리를 "국경 없는 나르시시스트"라 부르며 비판했다. 그는 "결혼식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다시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할 가족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진정한 영웅은 네타냐후 총리의 아내가 아니라, 야간 근무를 위해 집을 나서는 의사들과 수업을 중단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이어가는 교사들이라고도 덧붙였다.


아들이 2023년 10월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간 아낫 앙그레스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 가족도 그 고통을 간과하지는 않았다"며 "나는 622일간 가자지구의 지옥 같은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듯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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