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올해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수주전에 불참한다. 한남4구역에 이어 현대건설과 2파전을 예상했지만 삼성물산의 조기 철수로 업계 1·2위 간 경쟁은 무산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20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에 공문을 보내 이번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당사는 압구정2구역을 전략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조합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파트 단지, 세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건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찰 참여를 준비해왔다"며 "조합의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설계와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며, 본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어 성공적인 재건축으로 완성되길 기원한다"면서 "더불어 당사를 응원해 주신 조합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초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를 개관해 조합원 등과 적극 소통해왔다. 세계적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 (Foster+Partners)'와 손을 잡고 혁신적 대안설계를 준비해왔다. 5대 시중은행·주요 대형 증권사와 협업을 통해 최상의 금융조건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삼성물산은 사업 조건에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참을 선언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의에서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모든 금리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등 활용 제안 불가 등 이례적인 입찰 지침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은 앞서 잠실우성1·2·3에서도 참여를 검토했다가 불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들어 경쟁사에게 유리한 입찰 조건이 제시될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사업장에서도 철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개포우성7차에서는 선제적으로 입찰 보증금을 납부했고 개포우성4차 수주에도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불참 결정은 여의도 대교, 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지 입찰 공고가 예정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6월 현재까지 5조200억원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했고 올해 연간 목표치였던 5조원을 반 년 만에 조기 달성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의 결정을 존중하나, 현 입찰 지침으로는 월드클래스 설계 ·디자인 등 당사가 구현하고자 하는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압구정 타 구역 조합과 적극 소통해 압구정 일대에 글로벌 주거명작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34 일대에 지하 5층~지상 65층 총 14개동, 아파트 257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지난 18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고 오는 26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압구정2구역 입찰 제안서 마감일은 8월11일이다. 공사비는 2조7488억원(VAT 별도)으로 평(3.3㎡)당 공사비는 1150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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