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아시아경제 시사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3선 의원으로 '경제통'인 이 의원은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 한국 경제는 추락 직전 낭떠러지에 있는 것과 같다"고 진단하며 "주력 산업을 빠르게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함부로 증세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생회복지원금을 빨리 집행해야 한다. 물가 상승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궁금하다.
성장 잠재성장률 하락이 굉장히 심각하다. 올해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지 않나? 이제 성장 동력이 다 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산업 전환기가 온 지가 좀 됐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시대 전환기가 왔다.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소홀히 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10여년이 지났다. 지금 이미 늦었다.
반도체는 여전히 우리가 잘하고 있지만 AI 같은 경우는 많이 뒤처졌다. 서비스 산업 같은 경우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보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쯤 한 번 전환했어야 하는데 못하고 지금까지 정치적 혼란만 반복돼 왔다. 이제 시간이 없다. 산업 전환을 빨리 이뤄야 하고 이대로 가면 산업 공동화 위기다.
위기의식이 큰 것 같다.
위기가 된 지 오래됐다. 지금은 추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마지막 낭떠러지쯤에 와 있다. 연쇄 공동화가 예상되는데 우리는 더 시간이 없다. 주력 산업의 재구조화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총체적 난국 상태이기 때문에 포괄적 처방을 다 만들어야 한다. 일단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원래 있던 주력 산업은 재구조화를 해서 첨단 고부가가치 쪽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내수 쪽은 중견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메꿔가면서 숨통이 좀 트여야 한다. 지금은 과잉 공급 상태다. 다 같이 죽는 상황이다. 생산량 조정이 좀 일어나야 한다. 서비스 산업 같은 경우에도 영세한 자영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과잉 공급돼 있다. 고부가 서비스,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AI를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AI 대전환이다. 이렇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규제도 전방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었지 않나? 글로벌 대기업들은 성장했지만, 그것이 국내 생태계로 귀속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내수가 침체했다.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돈이 풀리지 않았다. 대기업의 성장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또 그동안 지역 균형 성장을 내세우며 수도권을 규제했지만 안 됐다. 지역은 더 힘들어지고 수도권도 힘들어졌다. 한마디로 실패했다. 그 방식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이 안 된다. 지역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동시에 인센티브를 대폭 줘서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의 성장을 도모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될 수도 있지 않나.
아니다. 예를 들면 전기 요금 같은 경우에도 지역에 발전소가 있는 곳에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더 싸게 공급해 줄 수 있는 방안 같은 것이다. 데이터센터 같은 것도 지역의 산업단지에 더 쉽게 지을 수 있게 해준다든지, 어쨌든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혜택이 있어야 지방으로 가지 누가 그냥 가겠나? 그리고 어쨌든 지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거점 도시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앵커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어떤 산업이 일어나야 한다. 클러스터에 대한 정밀한 설계 그리고 기획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경제팀에 김용범 정책실장 등 확장재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포진했다. 증세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지 않나 싶은데….
지금 재정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유동성에는 기업의 투자, 민간의 소비, 정부의 지출 등 세 축이 있다. 이 중 어느 한 곳은 공급이 되어야 돈이 돈다. 그런데 지금은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소비자들도 지출을 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정부가 지출해서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 아무도 돈을 안 쓰는 데 정부마저도 돈을 안 쓰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순환이 되지 않으면 경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운데 굳이 국민들한테 증세를 할 필요가 있나. 이렇게 어려울 때는 증세보다는 일단 재정을 마중물로 풀고 경제가 돌아가는 걸 보면서 판단하는 게 옳다. 증세를 하게 되면 일단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오히려 더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국민이 국가 권력이 시민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권력이 강한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세금을 걷는 데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조세 저항이 굉장히 강하다. 증세를 함부로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당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올해 안에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인가.
많이 늦었다. 빨리 입법을 제대로 제도화해서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현실화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있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자본 시장을 투명하게 선진화하고, 주가 조작에 대해 엄벌은 물론 상법 개정 문제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남북 간 긴장도 해소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우리 주식 시장이 배당이 너무 낮다. 노후 소득 측면에서도 주식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배당 소득세라든가 이런 부분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당 소득을 높이고 배당소득세는 낮추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게 맞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 펀드멘탈이 더 강해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경기가 좀 더 진작될 필요가 있다.
15만~50만원까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어느 정도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까?
매우 클 것이다. 오랫동안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수 경기가 말랐다. 민생 회복 지원금은 긴급 처방이다. 빨리 집행해야 한다. 너무 침체해 있어서 거의 고사 직전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채무를 매입해서 소각하는 방식으로 부채 탕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때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소상공인들의 영업을 금지, 제한하지 않았나. 당시 유럽이나 미국은 현금 보상을 해줬다. 우리나라도 그때 보상을 해줬어야 한다. 그런데 대출받아서 연명하라고 했다.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떠넘겼다. 이게 과연 개인의 책임이냐라는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은 부채 탕감을 해주고 또 일정 부분은 정책적인 낮은 금리로 대환을 해 준다든지 해서 국가가 이것을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게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어떻게 할 것이냐다. 당시로 돌아가서 그때 보상을 해줬어야 하는 마땅한 범위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그때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만약에 보상했더라면 얼마를 해줬어야 하는 것이냐, 그때 최소한 이 정도는 우리가 보상으로 처리를 했었어야 한다는 금액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최소 탕감액으로 보고 재정 여력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탕감해 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그때 사실은 보상했었어야 하는 것을 전가했기 때문에 일정하게 탕감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청래 vs 박찬대 구도로 당 대표 흐름이 잡히고 있다. 어떤 당 대표를 뽑는 게 좋을까?
여당이 됐으니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잘 뒷받침할 수 있는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좋겠다. 당원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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