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대신 사회를 바꾸겠다"…휠체어 탄 23세 사회 운동가 타보가미 다이키[일본人사이드]

사회 운동가 타보가미 다이키
선천성 뇌성마비 진단 받았는데
부모 약물 중독으로 양육 능력 없어

약물 의존·아동학대 피해 대책
당사자로 강연·정책마련 촉구 활동

요즘 우리나라도 약물중독 이슈가 꽤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일본에서도 유튜브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사회 운동가가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도 이번 주 많이 소개됐는데요. 장애인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약물 중독 해결 캠페인에 목소리를 내는 타보가미 다이키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타보가미씨는 2002년에 태어난 20대 청년입니다.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났고, 의료진은 태어난 직후 선천성 뇌성마비 진단을 내립니다. 결정적인 인과관계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부모 전부 타보가미씨를 가졌을 때부터 약물에 의존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해요. 어머니는 양육 능력이 없었고, 심지어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고 합니다. 보호 조치를 위해 타보가미씨는 출생 직후 바로 아동 보호소로 가게 되죠. 그렇게 계속 아동 시설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다른 가정에서 타보가미씨를 데려와 돌보는 주말 위탁 가정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사회 운동가 타보가미 다이키.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사회 운동가 타보가미 다이키.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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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초등학생이 되던 때에는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다른 친구들은 부모가 자기를 보러 오는데, 나는 왜 부모가 면회를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2학년, '아버지로부터'라고 쓴 편지가 시설로 도착하게 됩니다. 그때 처음으로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해요. 혼란스러운 마음이었지만 시설에서 탁구와 육상 등 장애인 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여기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친부모가 아닌 주말 위탁 가정에서 아예 머물게 되는데, 이때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것의 따스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지금도 양부모님을 자주 언급하더라고요.

이후 특수학교 고등부에서는 학생회장을 거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잠시 얼굴을 비췄다가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끊임없이 문제가 이어지죠.


특수학교 고등부를 졸업하면 시설에서도 퇴소해야 했고, 그래도 친부모와 잘해보고 싶어 원래 가족에게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부는 새로 살림을 차렸고, 계속 복역 중이었죠. 그래서 계모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맡아주고, 각종 활동에서 보증인을 서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친부 출소 후 학대로 이어지게 됐죠. 타보카미씨는 이 시기를 본인 홈페이지에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를 지켜봤던 주변의 도움을 받아 위탁가정이었던 양부모의 집으로 돌아갔고, 이렇게 원래의 가정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강연 중인 타보가미씨.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강연 중인 타보가미씨.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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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타보가미씨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래서 본인이 학대 당사자로 전할 수 있는 아동 복지, 사회적 보호 장치 강화의 필요성 등을 적극 주장하는 사회 활동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가령 일본에서 장애인이 복지 서비스를 계약할 때 연대 보증인으로 직계 가족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타보가미씨는 이들이 가족의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죠. 이런 미비한 정책들을 개선하는데 목소리를 내고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약물 의존과 관련해서도 타보가미씨는 예방 교육보다 자조 그룹이나 의료기관 연결 등 중독된 당사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본인에게 많은 힘이 되었던 장애인 스포츠 지도원 자격증을 따고 소개와 보급도 함께하고 있죠. 타보가미씨는 아베마 인터뷰에서 "친부모를 원망할 생각도 없고, 그들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도 없다"면서 "약물에 의존하거나 같이 살기 힘든 사람과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고 한다"고 언급하며 이렇게 마음을 먹은 배경에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활동에 대해서도 "결국 가족 내세워서 돈 버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많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들이 중독에서 회복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강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타보가미씨가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필.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타보가미씨가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필. 타보가미 다이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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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잡지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배경을 이야기하면 도망가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나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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