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들어가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포장은 최소 1시간 30분, 매장이용은 최소 2시간 45분에서 최대 3시간 45분 기다려야 합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에 방문한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안국점. 서울에서 가장 핫한 '베이글 맛집'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평일 오전임에도 매장 입장 대기팀이 116팀, 포장 대기팀은 71팀에 달했다. 이날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였으나, 손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매장 앞에서 묵묵히 대기했다. 기다리는 동안 매장 외관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이 곳곳에 보였고, 캐리어를 끌고 온 일본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매장 직원들은 오랜 시간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웰컴티를 건네주기도 했다.
몰려든 인파만큼이나 대기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런베뮤 직원은 "포장은 최소 1시간 30분 기다려야 하며, 매장은 최소 2시간 45분에서 최대 3시간 4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이 오전 7시 30분부터 문을 여는데, 7시부터 웨이팅을 받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사람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긴 대기시간에 웨이팅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기자도 이날 오전 9시 20분께 포장 웨이팅을 신청했고, 약 1시간 20분이 지난 10시 40분이 돼서야 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 후에도 베이글을 고르기 위한 줄은 여전히 이어졌다. 손님 대부분은 한두 개가 아닌 여러 종류의 베이글을 가득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개당 가격대는 4000원대 후반부터 9000원대까지로 다소 높은 편이었으나, 긴 대기에 대한 보상심리가 많은 구매량으로 연결됐다. 대표 메뉴 가격은 ▲소금빵 베이글 4700원 ▲프레첼 플레인 베이글 4700원 ▲갈릭 베이글 5300원 ▲브릭레인 샌드위치 7500원 ▲쪽파 프레첼 베이글 8500원 등이다. 기자 역시 베이글 5종을 골라 담았고, 3만100원을 냈다.
2021년 9월 안국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런베뮤는 국내 베이글 붐을 선도한 대표주자로 꼽힌다. 다양한 베이글 메뉴와 비싼 가격, 영국 런던의 빈티지 감성을 재현한 인테리어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이후 도산점, 제주점, 잠실점, 수원점, 여의도점 등 직영점 6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비싼 가격과 긴 대기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입소문' 때문이다. 쉽게 구매할 수 없을수록 더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인증은 가격을 굳이 낮추지 않고 비싸게 책정해도 잘 팔리는 유통 구조를 만들었다. 스타를 내세운 대형 광고 마케팅 없이도 6개 직영점 만으로 MZ들을 줄 세우는데 성공한 셈이다.
런베뮤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현재 10만8000여명에 달하며, '런던베이글뮤지엄' 해시태그(#)는 12만건에 육박한다. SNS에서의 높은 화제성에 힘입어 런베뮤는 레스토랑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에서 2023년과 2024년 연속 대기 인원이 많은 매장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런베뮤에 처음 방문했다는 구은주씨(34)는 "SNS에서 하도 맛집이라고 해서 궁금했다"면서 "빵값이 비싸지만, 직접 먹어보고 싶은 궁금함이 더 컸다. 평일인데도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일단 빵은 3개 이상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런베뮤에 2~3차례 방문했다는 김희진씨(30)는 "한번 방문하면 3만~4만원 정도 쓴다"며 "베이글은 간식처럼 가볍게 먹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지지만, 일반 빵보다 건강한 느낌이 들고 종류도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런베뮤의 인기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런베뮤를 운영하는 엘비엠은 지난해 베이글 만으로 8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엘비엠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 79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재무제표와 비교하면 매출은 120.9% 늘었고, 영업이익은 91.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0.5%로 지역 대표 빵집인 성심당(25%) 보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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