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을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에 '라이징 라이언(Rising Lion·일어서는 사자)'이라는 작전명을 붙이면서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작전명은 구약성경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절은 "백성이 암사자 수사자 같이 일어나서 잡힌 것을 먹고 죽은 것의 피를 마시기 전에는 눕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자는 고대부터 이스라엘 왕국의 상징이었으며, 이번 작전명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적군을 완전히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절대 포기하거나 무기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란 국민들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 팔레비 왕조의 상징 역시 칼을 들고 있는 사자였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에게 현재의 신정일치 독재 정권에 시달리지 말고 예전 사자처럼 일어나 현 정권에 저항하라는 뜻도 담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통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강력히 어필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란 정권 교체 시 과거 팔레비 왕조처럼 친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하고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 배경에는 이란의 핵개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있다. 작전 직전까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진행됐지만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란이 이미 60% 농축 우라늄을 약 400킬로그램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이상 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할 경우 약 10개 정도의 소형 핵무기를 6개월 내에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이 계속 협상 시간 끌기를 하면서 핵 포기 의지를 보이지 않자, 결국 6개월 후 이란이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과거 북한 핵 협상과 매우 유사한 양상이다. 북한도 1994년부터 미국과 핵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다가 결국 2006년 1차 핵실험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계속 시간을 끌면 이란도 북한처럼 결국 핵을 보유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우리나라도 영변 핵시설 폭격 시나리오가 미국에서 실제로 검토됐으나 김영삼 정부의 반대로 실제화되지 못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작심하고 공격을 감행한 상황이다.
이란의 지하 핵시설들이 지상이 아닌 지하 수백 미터 깊은 곳에 위치해 파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벙커버스터 무기는 기존 개발품보다 약 4배 강화된 GBU-57이라는 미사일 무기로, 2013년 실전 배치됐다. 이 무기는 지하 수백 미터 밑 60미터 두께로 만들어진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미군은 설명하고 있다. 이란의 주요 산악 지대에 약 800미터 깊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하 핵시설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이 GBU-57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벙커버스터의 폭발력은 소형 핵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해,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면 상당한 지하 시설들을 모두 파괴할 수 있다. 이 무기는 원래 이란 이전에 북한을 겨냥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핵시설을 비롯한 대부분 군사시설들이 지하 깊은 곳에, 이란처럼 대부분 산악 지형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벙커버스터는 일반 폭탄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다. 총 무게가 14톤(t)에 달해 8t 트럭 거의 2대에 해당하는 무게다. 이를 장착해서 날 수 있는 비행기도 B-1 폭격기 같은 거대한 미국 전투기 외에는 불가능하다. 폭발하는 작약탄의 무게만 약 2톤에 달하며, 땅을 뚫고 목표물까지 들어가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구성돼 있어 이렇게 무겁다.
폭발력은 소형 핵무기 수준으로, 지하시설 파괴는 물론 도심에서 터질 경우 거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폭발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한다. 도심 전체가 땅 밑으로 가라앉을 정도의 위력이다. 이런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전술 핵무기급이어야 하는데, 핵시설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방사능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전술 핵무기 사용 자체가 핵 보유국들 간 전쟁에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수반할 수 있어 실제 사용 가능한 재래전 무기로는 벙커버스터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같은 위치에 연속으로 투하하면 완전히 깊은 곳까지 파괴력을 크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북한·러시아도 주목...북한 지하핵시설 안전성 재검토 불가피미군이 개입해 벙커버스터 무기를 계속 퍼부어 이란 핵시설 요격에 성과를 거둔다면,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도 대미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경우 핵무기 보유국이라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지하 핵시설의 안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는 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벙커버스터의 파괴력이 이번에 부각되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벙커버스터는 전술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직접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로는 바로 공격할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제 공격 시 중동의 미군 기지들이 모두 공격받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서는 오히려 미군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더 파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애초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군들 대부분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란을 공격하게 되면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중동 내 군벌 세력들이 워낙 많아 이라크나 시리아 등 여러 지역에서 이들이 한꺼번에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정말로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예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처럼 20년에 걸쳐 중동에 장기 개입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입장은 벙커버스터를 이용해 핵시설만 파괴하고 거기까지만 도와주며, 더 이상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개입하게 되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격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장기 군사개입 시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외면받게 되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이란 정부를 계속 위협하면서도 어떻게든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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