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챗GPT…먹통에 타격 입은 직장인·대학생들

"오류 발생하면 보상 체계나 대안 제공해야"

"마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서버가 다운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국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지난 10일 저녁, 미국 오픈AI사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가 오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평소에도 챗GPT를 활용해 공부해온 터라, 기말고사 시험 기간 중 발생한 접속 장애는 치명적인 불편이었다. 그는 "수업 때 배운 내용을 다시 물어보면서 확인하고, 챗GPT가 문제를 내면 그걸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해왔다"며 "시험을 앞두고 개념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접속이 끊겨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황경훈씨(29)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영어 원서로 된 전공 서적을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 있을 때면, 챗GPT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황씨는 "어젯밤 갑자기 안 돼서 너무 멘붕(멘탈붕괴)이었다"며 "제미나이 같은 다른 앱을 써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챗지피티(ChatGPT) 오류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ChatGPT

지난 10일 챗지피티(ChatGPT) 오류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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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을 학업이나 업무에 활용하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시대. 이처럼 많은 사용자가 의존하고 있는 챗GPT가 먹통이 되자 일상엔 차질이 발생했다.


실제 이용자 수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21일 앱·리테일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은 챗GPT였다. 해당 기간 챗GPT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771만명에 달했다. 이는 2위인 뤼튼(256만명), 3위 퍼플렉시티(151만명)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챗GPT는 단순한 검색을 넘어, 공부와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선생님'처럼 활용되고 있다. 요약정리, 개념 설명, 문제 생성, 심화 질문까지 가능하다 보니 학기말을 맞아 시험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겐 사실상 필수적인 앱이 됐다.


한국은 챗GPT 유료 구독자 비율이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기도 하다. 유료 플랜인 'ChatGPT Plus'는 매달 20달러(약 2만7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보다 빠른 응답 속도와 최신 모델(GPT-4o) 사용을 원하는 사용자들이 가입하고 있다.


이처럼 챗GPT 사용률이 높은 가운데, 챗GPT의 오류는 학생들뿐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타격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노무사 장모씨(30)는 "급하게 서면을 작성해 의뢰인에게 넘겨야 했는데, 평소처럼 챗GPT에 초안을 써보게 하려다가 접속이 안 되니까 난감했다"며 "결국 퍼플렉시티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 주고 유료 버전까지 쓰고 있는데, 이런 오류가 났다면 오픈AI 측에서 원인이나 대책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픈 AI 사과문. 이메일 캡쳐

오픈 AI 사과문. 이메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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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 오픈AI의 서버가 위치한 미국에서는 다운디텍터(Downdetector) 등 모니터링 사이트에 전 세계 수천건의 접속 장애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후 챗GPT는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시스템 업데이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오류가 증가했다"며 "유료 이용자의 경우 7월 초까지 보상과 관련한 추가적인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챗GPT가 현재 국내 생성형 AI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같은 빈번한 오류가 반복된다면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챗GPT는 카카오톡처럼 사용자 간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앱은 아니기 때문에, 더 뛰어난 기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경쟁 앱이 나오면 언제든지 이용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며 "특히 유료 사용자 비율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는 오류 발생 시 보상 체계나 대안 제공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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