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아이와 온 아빠도 몸 흔드는 '클럽'의 정체는[日요일日문화]

'에키나카 프라이데이'
JR동일본, 신설 역 활용 대책으로 만들어
상권 개장 전까지 야외 클럽으로 변신

벌써 일요일입니다. 이번 주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일요일에는 내일부터 다시 출근길에 올라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져 저는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더 좋아하는데요. 일본에서는 불타는 금요일, 지하철역이 클럽 스테이지로 변하는 신기한 이벤트가 열립니다. 양복 입고 퇴근하는 직장인, 아이 손 잡고 온 아버지 등 모두가 스트레스를 풀고 뛰어노는 공간이 되는데요. 일본 JR동일본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에서 열리는 클럽 '에키나카 프라이데이'를 소개해드립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에 열린 클럽을 즐기는 사람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인스타그램.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에 열린 클럽을 즐기는 사람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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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지하철역 JR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 남쪽 출구 중앙 통로 테라스는 격주로 금요일마다 댄스 플로어로 변신합니다.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주고, 천장에는 조명까지 설치해 제법 야외 클럽의 분위기를 냈죠. 개찰구 근처 빈 공간에서도 들썩들썩 몸을 흔드는 사람들, 이것이 신기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등이 섞여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펼쳐지는 야외 공연이기 때문에 참가비도 없고,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가 뛰놀 수 있는데요. 아이와 함께 놀러 온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디제이는 일부러 모든 연령대가 알 수 있는 노래를 많이 틀어주는 사람으로 JR동일본에서 직접 섭외한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이 지하철역이 클럽으로 바뀌었을까요? 첫 번째는 역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라고 해요. 중앙 통로 부분이 매우 넓고, 벽과 천장, 바닥이 모두 개방된 구조라고 해요. 그래서 클럽 음악처럼 큰 음악이 흘러나와도 울리는 반향 자체가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악이 흘러나와도 지하철역 방송은 전부 들린다는데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클럽이 열리는 통로에서 바라본 전경.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홈페이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클럽이 열리는 통로에서 바라본 전경.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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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사실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JR동일본은 '100년 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실험장'으로 이곳을 되바꾸기 위해 총사업비 6000억엔(5조6479억원)을 들인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열게 돼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을 짓고, 그 주변 상점과 건물들을 지어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동네에 사람들이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1년에 타는 승차 인원은 1만1100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도쿄 도심 순환선인 야마노테선이 지나는 역인데도 불구하고, 최하위 이용률인데요. 인근 오피스 상권에도 아직 사람들이 들어차지 않아서 한산한 느낌을 준다고 해요. 상업시설이 완전히 갖춰지려면 오는 9월은 돼야 한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JR동일본과 게이트웨이 시티 담당자는 "도시가 완벽히 갖춰지기 전,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느냐"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가뜩이나 역에 사람이 없는데, 밤이 되면 더 한산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 사업인데 공간을 이대로 두면서 낭비할 순 없었고, 그렇게 용도를 고민하게 됩니다.

에키나카 프라이데이에서 공개하는 디제이 리스트. 에키나카 프라이데이 홈페이지.

에키나카 프라이데이에서 공개하는 디제이 리스트. 에키나카 프라이데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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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레스토랑을 만들까 했었지만, 역에 환기 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 넓은 공간에 음향시설을 설치하고 예술 작품 등을 가져다 두고, 스낵과 술 정도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게 되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요일 밤에 열리는 역 안의 클럽, '에키나카(?中) 프라이데이'입니다.

실제로 이 덕분에 매출과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해요. 요미우리에 따르면 주말에 100만엔(940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300만엔 (2842만원)을 가뿐히 넘긴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 내년도에 본격적으로 상권이 개장하면 연평균 13만명이 역을 이용할 것이라고 하네요.


다만 이 클럽도 상권 개장과 맞물려서 7월 즈음에는 사라질 예정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120일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홍보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죠. 실제로 지금도 끊임없이 이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JR동일본의 입장에서도 홍보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이 됐는데요. 퇴근길 무심히 지나치는 역, 사람이 없어 쓸모없다는 비판을 듣는 역을 완전히 바꾸는 참신한 공간 활용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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