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시가 됐어요”…고령군 다산면, 어르신 특별한 졸업식

다산면 건강마을조성사업, '기행문 마음학교' 졸업식

경북 고령군 다산면 벌지2리 마을회관에서 지난 19일 이색적인 졸업식이 열렸다. 학사모를 쓴 어르신들이 졸업장을 받고 자작시 액자를 전달받으며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졌다.

이번 졸업식은 고령군이 추진한 정서 회복 프로그램 '기억행복문열기 마음학교(기행문 마음학교)'의 마지막 날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다. 코로나19 이후 노년층의 고립감과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다산면 건강마을조성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지난 4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총 10회에 걸쳐 진행됐다. 참가 어르신들은 '소중한 사람', '나만의 장소'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삶을 회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말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박순자(가명·76세) 씨는 "내 이야기를 누가 이렇게 소중히 들어줄 줄 몰랐다"며 "오늘은 내가 주인공인 하루"라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그램을 이끈 '기행문지기' 오남진 씨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한 편의 시였다"며 "졸업장은 단순한 수료증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존중받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반응도 따뜻하다. 성현덕 다산면 건강위원회 위원장은 "기억을 나누는 일이 곧 마음을 치유하는 일임을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기행문 마음학교는 건강을 넘어 삶을 존중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라며 "앞으로도 주민 중심의 정서 회복 프로그램을 확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