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이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전세나 정책 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두고 불 붙은 집값을 붙잡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수요 억제책으로 비칠 경우 매수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주간 단위 상승률로는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3주 연속 내내 0.08% 수준이었다. 이후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5월 셋째 주에는 0.13%, 넷째 주(5월26일)에는 0.16%로 높아졌다. 6월 들어서는 0.19%(2일), 0.26%(9일)로 속도가 붙었다. 이번 주는 그보다 오르며 문재인 정부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울 성동구가 한 주 전보다 0.76% 올라 강남 3구를 제치고 주간 상승률 1위에 올랐다. 2013년 4월 다섯째 주 이후 약 12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0.75%), 송파구(0.70%), 강동구(0.69%), 마포구(0.66%), 서초구(0.65%)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13주 만에 최대 상승률이고, 마포구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용산구는 0.61% 올라 2018년 2월 이후 7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상승하고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상승 거래 사례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전날 금융위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구상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나 정책 대출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대출이 서민을 겨냥한 상품인 만큼 자칫 서민주거 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전세·정책에 대출을 직접 규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3단계 DSR로 차주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등까지 조이게 된다면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까지 포함된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대출이 사실상 사라져 차주의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올해 선호지역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생기면서 집값이 올랐는데 이러한 수요가 위축돼 상승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맞지만 수요 억제 쪽으로 비칠 경우 매수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 3구나 용산구는 현재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갭 투자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은 실수요 성격이 강하고 정책대출은 열악한 계층의 주거를 지원하기 위한 대출인 만큼 실제 규제를 적용한다면 결국 가장 약한 계층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집값을 잡는다' '규제한다'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조율을 거쳐 변동성을 완화하고 급등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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