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물품엔 '이것' 없어 결국 버려져…소신 발언 나선 디자이너들

'3daysofdesign'에 모인 덴마크 디자이너들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논의

"대량 생산·이야기 없는 물건은 곧바로 버려져"
"제품의 30년 후도 고민해야"

"제품의 지속 가능성은 물건과 소비자 사이 미묘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중국·인도에서 대량 생산한 물건과는 아무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릴 때도 신경을 안 쓰죠.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3daysofdesign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3daysofdesign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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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덴마크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모여 디자인업계의 화두인 '진정성 있는 디자인'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코펜하겐에서 열린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daysofdesign)' 기간 마련된 토론회에는 덴마크 현대 가구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한스 티게, 산업 디자이너 리케 프로스트와 신진 디자이너 레르케 류옴, F+H그룹의 디자인 및 브랜드 디렉터 카밀라 크리스텐센이 참여했다. 사회는 덴마크의 창의산업 지원기관인 크리에이티브 덴마크의 마이켄 칼하베 전무이사가 맡았다.

한스 티게 디자이너는 "이야기가 없는, 즉 디자인이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 가능성 있는 디자인 제품이란 소재 선택을 넘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감정적 울림이 없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어머니가 1년 전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함께 집을 정리했는데,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것은 남겼다"면서 "남긴 것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겨진 것들은 훌륭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소재, 색상, 품질 등 요소들이 감정적 가치와 결합해 있었다. 결국 그게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3daysofdesign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토론에 참석한 마이켄 칼하베 크리에이티브 덴마크 전무이사, 디자이너 리케 프로스트와 한스 티게. 이현주 기자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3daysofdesign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토론에 참석한 마이켄 칼하베 크리에이티브 덴마크 전무이사, 디자이너 리케 프로스트와 한스 티게.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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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텐센 디렉터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성에 100% 동의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료, 디자인, 기능, 내구성 등 모든 면을 고려해 만든 제품이라도 가격표 앞에서 소비자들은 망설이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칼하베 전무이사는 "소비자들이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더 오래가는 제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옴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성이 디자인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재료의 선택뿐 아니라, 디자인 자체가 조립 및 분해할 수 있게 설계돼야 하고 사용이 끝났을 때는 분해돼 재활용되거나 어떤 부품이 망가지면 교체가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은 처음부터, 즉 기획과 설계의 기초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상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스트 디자이너도 제품을 만들기 전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소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저에게 옳은 일은 어떤 소재를 어떤 용도에 사용할지를 철저히 고민하는 것"이라면서 "'30년 후 이 주방이 낡고 쓸모없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잘 재활용할 수 있을까', '이게 정말 의미 있게 제작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한다. 울림을 만드는 일은 복잡하고 힘들지만, 다양한 방향을 시도해보고 그 모든 과정을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코펜하겐=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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