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토피아]재생에너지 확대, 국민 설득이 먼저다

한전 부담 늘어 재정 악화 시
국내 금융 시장도 불안해져
전기요금 인상이 해결책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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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도 대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정부 조직개편도 진행 중이다.


이전 민주당 집권 시기였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점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합리적 에너지믹스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기저 발전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 확보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전력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출력제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동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속도가 늦춰질 뿐 탄소중립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느리게 진행됐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단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재생에너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태양과 바람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만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 재원은 나라 곳간이든 국민 호주머니든 결국 누군가 지불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의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곳도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발전 방식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지표가 균등화발전비용(LCOE)이다. 발전 설비의 수명 동안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을 나타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태양광의 LCOE는 메가와트시(㎿h)당 111달러로 인도, 중국, 호주(34~49달러/㎿h)의 2~3배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LCOE는 233달러/㎿h로 중국(63달러/㎿h)의 3.7배에 달했다.


여기에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이 심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현행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하에서 전기요금을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결국 한국전력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투자도 한전의 몫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대한 반감을 우려해 억지로 전기 요금을 억누르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2024년 말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5조원에 달했다.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한전 부채는 우리 금융 시장의 뇌관이다.


정치인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크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할 뿐 그 뒤에 숨겨진 불편한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최근 기후솔루션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절반만이 수용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솔직하게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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