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가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서 철수한 이후 첫 재진출 사례다. 1년간 준비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태국 재무부는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가상은행이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유사하다.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받아 9개월간 심사했다. 카뱅이 참여한 컨소시엄 외에도 2개 컨소시엄이 가상은행 인가를 받았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된다.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한다. 카카오뱅크는 상품 및 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할 예정이며 해당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카뱅은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1일 경기 성남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부터)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가 가상은행 합작 인가 추진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포함해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Card X,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Innovest X 증권 등 20여개의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진출에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 앱이자 IT플랫폼인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분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현재 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체결한 금융 컨설팅 계약을 맺어 카카오뱅크가 고안한 신규 서비스가 올해 하반기 출시된다. 카뱅의 '저금통' 아이디어를 차용한 소액저축상품 쯜릉안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로부터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금융상품상'을 수상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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