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해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일제히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구체적인 허용 범위 등을 규정하면서 성인의 초진 비대면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사실상 한 번이라도 직접 방문해 진료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대신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환자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휴일·야간 진료 등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초진 비대면 진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수술 후 관리나 중증·희귀질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비대면 진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졌을 때 한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2023년엔 재진 중심의 시범사업으로 전환됐으나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초진도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시범사업보다도 더 비대면 진료를 제한한 셈이 됐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 의료 현장의 현실과 의료행위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비대면 진료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18세 미만 환자에 대한 초진 허용은 심각한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높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성명을 통해 "소아와 노인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적절한 진료가 어렵고, 검사 없이 투약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매우 높다"며 "진료의 기본 원칙이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소아청소년 초진까지 원격진료 허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소아 진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졸속이자 안전성 검토조차 생략된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의사회는 "소아는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기 어렵고 보호자의 진술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해 시진, 촉진, 청진 등 직접 진찰은 필수적"이라며 "발열, 호흡곤란, 경련, 발진, 복통 등 비전형적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소아에서 원격진료는 오진과 진료 지연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이는 곧 생명과 직결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이번 개정안엔 ▲화상통화를 통한 본인 확인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 제한 ▲의료인의 판단에 따른 진료 중단 가능 규정 등 기존 유사한 법안들에서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명시했던 핵심적인 규제 장치들이 모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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