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韓日미래협력]"韓日은 붓과 칼…사회·문화적 '간극' 좁혀 협력해야"

신각수 前 주일대사 인터뷰
소통 직설적·양면성, 역사·문화 차이
기업문화에도 녹아들어…일처리 '간극'
다름 보완하는 상호 간 지혜 필요
日, 우리보다 집단주의 훨씬 강해
진입장벽 높지만 들어가면 안정된 시장
관세전쟁 지속 땐 CPTPP 가입 중요
시장 확보…日과 신뢰 높이는 수단
한일FTA, 실제 협력 동력될 수도

"붓과 칼".


최근 본지와 만난 신각수 전 주일대사(현 니어재단 부이사장)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이 두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2011~2013년 주일대사를 역임하는 등 일본에서 7년을 일한 '지일파'다.

붓은 우리 문화다. 소통이 직설적이다. 반면 일본은 칼의 문화다. 이들의 대화에는 양면성이 있다. 칼의 앞뒤를 바꿔 쥐면 대화의 자세도 바뀐다. 신 전 대사는 "우리와 일본은 커뮤니케이션과 행동 스타일이 완연히 다르다"며 '역사와 문화에서 나온 차이'라고 설명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느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느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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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오래도록 남아 한일 기업문화에도 녹아들었다. 그 때문에 양국 기업의 일 처리 방식엔 '간극'이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젠 그 간극을 좁히고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할 때다. 신 전 대사는 "협력을 위해 양국은 서로 달라 충돌하지 말고 보완해 갈 수 있게끔 상호 간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2023년부터 회복의 궤도에 오른 60년 한일 관계 가운데 가장 좋았던 2012년 때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시마니곤조(섬나라근성)'는 우리가 인내를 갖고 넘어야 할 산이다. 자국 중심적이고 포용력이 적은 반면, 단결성과 독립성이 강하고 배타적인 기질을 말한다. 일본과 영국, 대만 등 섬나라들이 주로 이런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간 일본 소비자들이 우리 기업들의 제품에 대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은 우리보다 집단주의가 훨씬 더 강해 외국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뚫고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한번 들어가기만 하면 그만큼 또 안정된 시장이 없다.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문을 두드려서 지금은 진출에 성공해 자리를 잡은 우리 기업인들도 꽤 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느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느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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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 간극을 좁혀 합을 잘 맞춘다면 한일 양국 앞에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에 대한 요구가 재계에서 나오는 가운데서 양국은 가까이로는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고 멀게는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 결성까지 꿈꾸고 있다. 신 전 대사는 "지금의 관세 전쟁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은 굉장히 중요하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CPTPP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미국과 맞먹는다"며 "우리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면서 일본과의 신뢰 관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일 FTA에 대해선 "신뢰 자산을 채우는 수단으로 의미를 가지며 실제 협력으로 옮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공동체 결성에 대해선 "한일 두 나라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인도 등 인태지역 다른 나라들까지 합류해 약 7~8개국으로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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