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명 정부, 지금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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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상장기업 회장 A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데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평소 반기업적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에 불만이 많았다. 그는 "지금처럼 사회 여러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일해 온 B씨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준비한 대로 잘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훨씬 잘하고 있다"며 "지금처럼만 하면 이재명 정부가 중도 보수의 지지기반까지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와중에 보수 정당이 제 갈 길을 못 찾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16일째가 됐다. 그사이 두 사람 말고도 비슷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취임 후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을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취임 3개월만), 문재인 전 대통령(취임 49일만)에 비해 매우 빠르다. 이 자리에서 기업 불공정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도 기업인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각 기업이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기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기업에 대한 이해가 과거 야당 대표 시절보다 훨씬 깊어졌다는 것이 경제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도 과거 민주당 정권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뒤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했다. 지난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상들과 만나 외교력을 회복시켰다. 실용외교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오는 24~26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친중 편향 외교'에 대한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치 복원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오는 22일 대통령 관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의제 없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야당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을 먼저 제안했고, 야당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에 화답하면서 여야 협치의 길을 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지금만큼만 하면 된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들어주는 것, 실용외교의 틀을 유지하는 것, 보복의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정치를 펼치는 것 등. 권력의 맛에 익숙해지면 오만해진다. 역대 정권이 오만함 때문에 몰락했다. 그 오만함을 초심으로 누르는 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의 숙제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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