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한 골프장 이용료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자, 국내 골퍼들의 관심이 점점 해외로 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해외 골프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골프 상품 예약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국내에서 4명이 주말 라운드를 즐기려면 1회당 40만원 이상이 든다. 그린피만 해도 30만원에 달하며, 여기에 카트 이용료, 캐디피, 식음료 비용까지 더해지면 전체 비용 부담은 훨씬 커진다. 같은 비용이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골프 라운드는 물론 여행까지 즐길 수 있다. 해외에는 골프와 관광이 결합된 다양한 패키지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엔저 현상까지 겹쳐 골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가 전국 17개 시도의 20~70세 성인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골프 활동 참가자의 65.8%가 해외에서 골프를 쳐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방문 국가는 태국(42.1%), 필리핀(32.2%), 베트남(28.0%), 일본(26.1%), 중국(14.3%) 순이었다.
글로벌 골프 테크 기업 에이지엘(AGL)이 운영하는 골프 예약 플랫폼 '타이거부킹'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 골퍼들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골프 여행지는 베트남 다낭으로 나타났다. 타이거부킹은 신한쏠, 제주항공, 모두투어, 싱가포르 UOB트래블, 하나투어 재팬 등과의 제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다낭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더해 우수한 골프 인프라와 관광·휴양 요소가 결합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8개월간 전체 해외 골프 예약의 14.33%가 다낭으로 집중됐으며, 겨울철에는 이용자의 약 80%가 한국인이었다. 동남아에서도 수준 높은 코스 설계와 철저한 관리, 고급 리조트 및 호이안 등 주변 관광지의 매력이 어우러져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뒤이어 인기 해외 골프 여행지로는 필리핀 클락(11.82%)과 태국 방콕(9.79%)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베트남 나트랑(4.05%), 태국 파타야(3.81%)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치앙마이, 푸껫, 세부, 발리 등도 꾸준한 수요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인에게 톱3 골프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전역에는 2240개의 골프장이 47개 광역자치단체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특정 지역이 순위권에 들진 않았지만, 규슈 지역이 6위를 기록했다. 최근 일본 현지 골프장들은 한국 골퍼 유치를 위해 한국어 안내문을 제공하고, 한국인 직원을 배치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골퍼들의 해외 골프 여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다양화됐으며, 국경을 넘는 골프 여행이 더 이상 특수한 경험이 아닌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골프 산업의 요금 체계 및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외로 향하는 골퍼들의 움직임, 즉 '골프 해외 탈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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