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받는 5선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인사 발탁을 둘러싼 고민에 관해 이렇게 전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담당했던 그는 누구보다 인재 등용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정치권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주요 공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에 관한 검증보다는 신상 털기, 흠집 내기 형태로 진행되면서 국가의 최고 에이스들이 공직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 등이 마무리된 이후인 올해 정기국회 때 여야가 인사청문제도 개편과 관련해 대안 모색에 나서자고 제언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장을 경험한 그는 인사청문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상생의 정치를 위한 대안에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세상은 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고 창의적이며 뛰어난 인재가 (공직에) 오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이라며 "역량을 갖춘 최고의 에이스들이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감한 사생활 등이 포함된 도덕성 관련 검증은 비공개 소위원회 등에서 진행하고, 국가의 인재관리시스템 개편과 여야의 정치문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원은 "여야가 진지하게 대화를 한다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나서서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도 전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인재 등용을 담당했다. 현재의 공직 인재 수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무 임명직의 경우 인재 영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문 분야의 인재 영입 필요가 커졌지만, 민간과 비교해 보수 등 처우가 나쁘다. 처우, 보수와 관련해 정부 재량이 더 주어져야 한다. 핵심 정무직인 장관과 같은 자리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적격성 등을 파악하는 자리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고 있다. 과거보다 오히려 도덕성 검증이 엄격해지면서 여당은 정파적 입장으로 보호하려고만 하고, 야당은 망신 주기로만 흘러간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정말 필요한 인재들이 (공직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 검증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인사 관련 정보를 모아내는 기구들이 있을 텐데 이런 기관들의 인사 관련 정보를 취합해 보안을 유지하면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나 이 DB 역시도 서울대 출신, 남성에 편중됐다. 더욱이 입법부나 사법부 등 독립기관들이나 정당 관련 인재 등에 대한 정보가 미비하다. 이런 한계 탓에 정권이 바뀌면 정당 내부 측근의 추천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내 식구 챙기기, 회전문 인사 논란이 불거진다. 결국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국력만 낭비하게 되고, 극단적인 정치 분열만 가속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당의 인사 문제가 양극단의 정치, 국력 소모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만큼 양질의 인재 발탁을 위한 인사시스템 재정립이 필요하다.
-5선 의원을 지내며 인사청문위원장 등 인사청문을 많이 해왔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때 국회 인사청문회를 도입할 때만 해도 야당을 존중하고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고위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할 수 있게 해, 자기 관리가 이전보다 나아지는 등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가족, 특히 자녀 등으로 검증이 확대되거나 도덕성 중심으로 흘러가니 유능한 인재들이 기피하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지명자로 인사청문을 받았을 때도 배우자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문제나 코바나 콘텐츠 후원금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어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했는데 우리는 덮으려고만 했다. 그 결과가 어땠나. 인사청문제도가 정파적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제20대, 21대 국회에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소위원회에서 인사청문을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도덕성 검증과 정책 역량 검증이 한꺼번에 인사청문회에서 진행되니 자질 검증보다 도덕성 검증에 집중된다. 도덕성 기준 때문에 괜찮은 인재들이 공직에 오려고 하지도 않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다. 도덕성 검증과 관련해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내용은 비공개로 하고, 공개 검증 절차에서는 정책 역량이나 적격성 여부만 판단하자는 취지로 법을 냈었다.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으로만 진행되면, 검증 대상은 낙인이 찍히게 된다. 평생 나름대로 괜찮게 살아오며 유능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위선적인 삶을 살았다는 비판에 놓이게 된다. 제도 개선을 해 비공개로 진행하면 (문제가 있을 경우) 본인이 사퇴하면 되니 두려움이 적어질 것이다. 그러면 공직에 진입하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다. 다만 제도 개선만 했다고 되는 건 아니다. 정파 등을 가리지 않고 널리 인재를 쓰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일단 중요하다. 정부와 의회의 극단적인 대립 이런 것들이 좀 더 완화돼야 할 것이고, 여야 간에도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의 문제가 있겠지만,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정책 역량이 있으면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도 인사청문제도 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잘 안 됐는데.
▲국무총리에 이어서 장관, 기관장들 인사청문회가 줄지어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이런 제도 개혁을 얘기하면 정치적인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서 여야가 대화를 해야 한다. 과거 야권 인사들도 등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해 여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합의가 가능하다. 여야가 진지하게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인재를 우리가 선발할 수 있게 시스템을 고치자'고 할 수 있다. 다만, 절대 이건 우리가 다수당이라고 해서 일방 처리하면 안 된다. 또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부적격자들을 임명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오해를 받으니, 여야 합의 처리를 해야 한다. 합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교체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 저든 누구든 (협상을) 맡겨준다면 야당을 설득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덕적 흠결이 다소 있다고 해도 용인될 수 있을까.
▲과거 잘못이 있다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국민에게 설명을 구해, 이해받아야 한다. 정말 능력을 갖춘 분이라면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최적임자이고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면 용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정치 아닌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면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결국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을 쓰는 게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다. 또 굉장히 유능한 사람인데 전 정권에 어떤 위원회에 참가했었다고 해서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도 안 된다.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은 능력을 보고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진영 논리 대신 널리 쓰려는 의지, 탕평 인사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기관장과 관련해 알박기 논란이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미국 같은 경우에도 임기가 완전히 법으로 정해진 독립 기관장 외의 경우는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게 돼 있다. 우리도 고쳐야 한다. 정부 행정이 부처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등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도 대통령 국정 철학과 맞게 가야 한다. 그 국정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산하 집행 기관의 수장으로 있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반드시 국가의 미래를 고려해 여야가 합의해 손봐야 한다.
-인사청문을 주관하는 것은 결국 의회다. 의회는 어떤 기준에 서야 하나.
▲인사청문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자격, 자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간 살아온 과정을 통해 공공에 대한 책임감, 국민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령 재산 축적 과정이라든가 법에 어긋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게 있다고 하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다음에 역시 도덕성 검증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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