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7세고시' 만연한 한국…"영유아 조기 사교육, 뇌·정서 발달에 악영향"

서울교육청 '사교육 경감 위한 시민 토론'
"이른 학습경험, 자존감 저하·정서 불안 유발"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영유아의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건물에 다양한 학원이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건물에 다양한 학원이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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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18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교육 경감 프로젝트를 위한 시민 토론'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엄소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영유아기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학업 중심일 경우 이 시기 발달에 중요한 창의성·놀이 능력·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유아기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이후 학령기에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 동기를 저하해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영유아 사교육을 포함해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등 '다 같이 못 하거나 덜 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부모 심리를 고려하면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고 방과후 학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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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 연구소장은 서울시교육청에 학생 행복전문위 설치와 유아 대상 영어학원 관리 감독 강화, 미래형 대입제도 연구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4세 고시, 7세 고시가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가로막는 일종의 범죄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습 능력을 갖추기 전에 무리한 압박이 오면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귀를 따갑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교육 문제는 근대 교육이 시작된 이래 우리를 괴롭힌 문제였고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지 의미 있는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미취학 아동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준비하는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과열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7~9월 만 6세 미만 영유아 가구 부모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사교육 참여율은 47.6%에 달했다. 영유아 두 명 중 한 명이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원이었으며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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