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혈액 및 혈장 확보를 위한 정책 변화의 일환으로 성 소수자 대상 헌혈 제한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는 다음 달 14일부터 개정된 혈장 헌혈 규정을 시행하고, 내년 중 혈액 헌혈 규정도 단계적으로 바꿀 예정이다. 새 지침은 기존처럼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따라 기증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위험 행위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로써 호주는 혈액·혈장 기증자 풀을 남성 동성애자·양성애자로 확대해 성 소수자(LGBTQ)에 대한 낙인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다고 BBC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호주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위험을 이유로 최근 3개월 이내에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 성 노동자 의 혈액·혈장 기증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소 6개월 이상 한 명의 파트너와만 성관계를 유지한 경우 성별과 관계없이 헌혈이 가능하다.
대신 '최근 3개월 안에 새로운 성 파트너 또는 다수의 파트너와 항문성교를 한 적이 있느냐'는 새 질문을 추가했다. 이에 해당할 경우 혈액 기증은 일정 기간 연기되지만, 혈장 기증은 제한되지 않는다. HIV 예방약인 '프렙(PrEP)'을 복용 중인 사람 역시 혈장 기증은 가능하지만, 혈액 기증은 제한된다.
라이프블러드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커비연구소는 이러한 변화가 혈액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호주 의약품관리국(TGA)도 관련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번 조치로 헌혈 및 혈장 헌혈이 가능한 인구가 약 62만5000명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에이즈단체총연합(AFAO)은 "혈장 수요가 높은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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