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10억집 살 수 있나했는데… 한풀 꺾인 지분형 모기지 기대감

금융위,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 공개 미룰 듯
새정부 정책에서 우선순위 뒤로 밀려
최근 서울 집값 상승하는 것도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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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소액으로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지분형 모기지(주택금융) 정책 추진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로 예정했던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계획) 공개를 늦추기로 했다. 이날 세종에서 열리는 국정기획위원회 금융 분야 업무보고에서도 지분형 모기지 정책 추진 현황은 발표되지 않을 예정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의 주택 구매 과정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매수자의 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예컨대 집값이 10억원이라고 하면 내 돈 1억~2억원 정도와 은행 대출 3~4억원, 주금공 지분 출자금 5억원 등으로 개인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구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분형 모기지 추진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해당 정책을 고민하고 있으며 6월 로드맵 발표에 이어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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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새 정부의 금융 공약과 관련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현안이 많아서 지분형 모기지 정책 추진은 우선순위가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당장 이날 오후로 예정된 국정기획위원회 금융 분야 업무보고에서 자영업자 채무조정이나 저신용자 금융지원 등 새 정부의 주요 금융 공약 이행 방안 위주로 브리핑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업무가 많아서 당분간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지분형 모기지 정책 추진을 뒤로 늦추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38% 올랐다. 상승 폭도 전월 0.25%에서 0.13%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형 모기지 정책이 도입된다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우려감을 이유로 지분형 모기지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책기금이 시장에 풀리면 집값 부양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의 지분형 모기지 도입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분형 모기지 도입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므로, 하루빨리 집 사서 돈 벌라는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며 "지분형 모기지를 비롯한 집값 부양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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