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재를 정확히 알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항복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표적으로 지명한 이는 '이란의 국부'라 불리는 아야톨라 알리 하미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다. 인구 8800만명의 이란에서 35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그를 두고 미국 CNN방송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 중 하나"라고 짚었다. 그의 사망은 곧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 같은 연유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조차 하미네이를 제거하려는 이스라엘 측 계획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1939년 이란의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그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끈 루홀라 호메이니의 제자다. 호메이니 사망 후인 1989년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신정일치 체제 이란에서 그는 '신의 대리인'인 동시에 정부·사법부·군대를 통솔한다. 여기에 그는 혁명수비대(IRGC)와 쿠드스군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드스군은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반군 등을 총괄하는 비밀 특수부대다.
하메네이는 40년 가까이 이란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며 국제사회에서 이란 위상을 높여놨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고 이란의 논란 많은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켜왔다. 이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무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 불리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방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란의 '무적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공격한 사건 이후부터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과 이란의 주요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 공격, 이란 핵시설 및 고위 군사지도부에 대한 전례 없는 이스라엘의 타격은 그동안 견고하게 유지됐던 패권 축을 뒤흔들었다. 이란 본토를 공격할 기회만 엿보던 이스라엘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뒷배를 확보한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로서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비핵화라는 명분도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 교체도 군사 노력의 일부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분명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며 공습 목적이 '이란 체제 전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하미네이의 행방은 묘연하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이 시작된 이후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닷새가 지났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 이란 반체제 매체에서 그가 지하 벙커에 가족과 함께 은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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