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미국 배터리 공장에서 전면 가동에 돌입하고, 글로벌 정제마진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배터리와 정유 부문 모두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와 함께 정유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맞물리며 하반기 실적과 주가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KB증권에 따르면 SK온의 미국 공장이 지난 3~4월 중 전면(100%) 가동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65% 상승한 10만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계는 SK온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공장의 전기차 생산 및 도매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늘어난 전기차 출하량에 발맞춰 배터리 셀 생산 역시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SK온은 미국 내 현대차 전기차 생산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조지아 공장 라인 상당 분을 현대차향 배터리 셀 제조 용도로 전환했다. 현대차 비중은 75%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딜러 시스템으로, 각 지역 딜러가 표준화된 차량 수백대를 선구매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매 판매 대수 보다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해 둬야 하므로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셀 판매 촉진에도 도움 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이 2분기 및 3분기에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경우 적자가 대폭 축소되며 흑자 전환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2차 수정안이 확정될 경우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종료 기한이 2033년까지로 고정된다. 이 기간에 SK온의 미국 공장 운영에 따른 AMPC 수령액은 20조9000억원에서 27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며 정유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북반구 휴가 시즌으로 휘발유, 항공유 수요가 증가하고, 중동에선 냉방 수요로 중유 수요도 늘 것"이라며 3분기까지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은 올해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8.37달러(약 1만1471원)로 최근 14개월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아시아 정제마진도 배럴당 9.5달러로 7주 연속 상승해 6개월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제마진 상승에는 공급 측 변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BP의 로테르담 정제시설이 일시 가동 중단됐고, 미국과 유럽에서 주요 정유사들이 하루 수십만 배럴 규모 설비 폐쇄를 예고했다. 이베리아반도 정전 사태와 나이지리아, 멕시코 생산 차질도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제약 속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유제품 재고는 지난 1월 대비 지난달 기준 5000만 배럴 감소했다. 미국 내 수급 불안정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 정유사들의 항공유 등 정제 제품 수출 확대 여지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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