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부활의 일등공신 "재정·통화정책, 전환금융 있었다"

우리금융연구소,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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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일본 경제 전반을 심층 분석한 '일본 경제 대전환'을 출간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아베노믹스(재정정책) ▲규제개혁 ▲금융정책 세 가지가 큰 작용을 했다고 분석한다. 경제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엔화 약세에서 기업의 이익이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책이 기업 투자를 지원하면서 민간의 자산증식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18일 '일본 경제 대전환' 도서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단순한 일본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해답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정확대와 통화정책의 공조…기업 부활의 신호탄

이 책은 총 2부 7장, 302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1부인 '노인의 나라, 그들이 사는 법'에서는 일본의 고령화가 바꾼 자산관리 패러다임, 꿈틀대는 일본경제, 인구변화가 부른 기업문화 혁신 등을 주제로 인구변화에 따른 자산관리 및 기업문화 변화, 일본 경제 부활의 동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본은 2013년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과거 재정적자 우려에 소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했다면, 성장전략을 동시에 펼치면서 재정을 확대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시작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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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로 성장을 뒷받침했고, 총리가 바뀌어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당시 일본은 디플레이션 탓에 엔화 강세가 문제였는데, 이후 엔화 약세로 기업 수출은 물론, 관광·서비스 분야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에 방어하기 위해 일본 기업은 고용은 줄이지 못하고,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약세로 인해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었고,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일본 기업문화의 개혁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인력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저출산·초고령사회에서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은퇴자,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을 노동시장에서 적극 품기 시작했다.


日 기업금융의 힘…건설경기 부양에서 도심 재설계로 전환

또 2부 '달라진 일본, 멈춰 선 한국'에선 일본 경제의 핏줄, 금융회사의 화려한 부활, 장기불황을 넘는 기업금융의 힘, 일본이 던진 새 어젠다, 전환금융, 메가뱅크의 디지털 반격 등을 다룬다.


눈여겨 볼 지점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부활에 성공한 일본의 메가뱅크, 투자 중심으로 탈바꿈한 부동산 시장, 전환금융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일본의 움직임이다.

아자부다이힐즈

아자부다이힐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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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80년대 거품 경제가 붕괴한 후 기존의 건설경기 부양 대신 '도시 공간 재설계'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했다. 자산가치 하락과 도심 기능 쇠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심 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힐즈 프로젝트'이다.


최근 국내 부동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재 한국과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금리 인하기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차이점이 훨씬 더 많다"며 "당시 일본은 은행이 보유한 주식 평가이익의 40%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줬고, 자기자본의 일정비율을 대출하다보니 주가, 부동산 값이 올라가 신용팽창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우리나라 대출 증가율은 명목성장률 수준인 것만 보더라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며 "세금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현재 부동산 시장과 1980년대 일본 버블 당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환금융으로 전환…메가뱅크의 등장

금융정책 또한 일본 경제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탄소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제조업 중심 경제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 단번에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점진적으로 탄소 에너지를 낮추는 전환금융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에너지 전환 투자의 파트너로 등장해 기업금융을 제공했다. 기업은 에너지 구조 개선을, 금융사는 신사업 진출이라는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전환금융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메가뱅크(대형 금융그룹)였다.


이와 함께 일본 금융사들은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박 대표는 "일본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은행이 자국 내 이자수익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1992년에 140%였던 예대율이 작년 기준으로 61%까지 하락하면서 일본이 비이자수익을 강화했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 확대하면서 이를 타개했는데 이를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해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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