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반쪽짜리 해법'을 내놓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고대했던 한국·일본·멕시코·우크라이나 정상들도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각국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만나 지지를 약속했지만,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개별 지원을 약속했다. 회의 주최국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약 14억7000만달러(약 2조223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 제공과 러시아 추가 금융 제재라는 선물을 우크라이나에 안겼다.
당초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중동 위기와 관세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담은 공동 성명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개최 전부터 미국 반대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부터 되레 "G8에서 러시아를 쫓아낸 건 실수"라는 등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G8에서 퇴출됐다.
회의 마지막 날 연사로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G6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전날 러시아의 공습을 언급하며 "우리 가족들은 매우 힘든 밤을 보냈다"며 "이번 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공습으로 15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러·우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수포가 됐다.
G6 정상들은 전 세계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을 위협할 수 있는 '비시장적 정책'에 공동 대응하는 데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정책에 맞서 7종의 희토류 수출 제재로 반격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인공지능(AI)이 일자리·환경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되 '기술 혁명'이 가진 잠재력은 수용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17일 진행되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일 조기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외신들은 중동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휴전 때문이 아니라 훨씬 큰 것이 있다"며 이런 해석을 거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조기 귀국하면서 오는 7월 9일로 데드라인이 못 박힌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낼 예정이었던 각국 정상들의 계획도 틀어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협상 결과를 얻는 데 실패했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만남조차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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