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착시키려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기로에 놓여 있다. 당초 올해 2월 시범 사업 종료 후 6월 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시범 사업 기간이 1년 늘어났다는 소식에 그쳤고 본사업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사업 도입 초부터 불거졌던 '고비용' 논란이 걸림돌이 됐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요금은 최저임금 수준 시급과 주휴수당, 4대보험 등을 더해 시간당 1만68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서울시가 서비스 제공업체에 운영·관리비를 지원했던 2월엔 1만3700원이었는데, 3월부터 민간업체 자율운영으로 바뀌며 올랐다. 하루 4시간씩 주5일 이용한다면 월 14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용 가정의 73.3%가 부부합산 월 9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였다는 통계가 공개되면서 '부유층만 혜택을 보느냐'는 말이 나왔다.

비용 문제로 말하자면 세심한 검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 최저 임금(시간당 1만300원) 적용 제외를 주장했다. 그런데 고용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어렵다고 한다. 가사관리사들은 E-9(고용허가제) 비자로 국내에 들어왔는데, 이 비자는 한국 근로자와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그렇다면 이 사업은 포기해야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전문 인력'으로 보아야 할만한 장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자격증(Caregiving NCⅡ)'을 갖고 있고, 신원 검증도 거쳤다. 이들 대부분이 젊은 층이어서 고령화한 국내 돌봄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창민 휴브리스 대표는 "기존 국내 돌봄 노동자들은 연령이 높아 아이들과 뛰며 놀아주기 힘든 측면이 있었는데,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오면서 아이들의 놀이가 다양해졌다는 반응이 있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이 '이모님'을 구할 수 없어 수개월 대기해야 하는 한국 사정에 적합한 인적 자원인 셈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돌봄 시장에서 훌륭한 공급원이 나타났는데, 인위적으로 가격을 깎으려고만 하거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국가의 인력이라고 해서 '값싼 자원'으로 여기는 생각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시범사업을 위해 작년 8월 국내로 들어온 가사관리사 100명 중 86명은 여전히 국내에 남아있다. 보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이들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지자체의 일부 비용 부담 등 탄력적 정책 운용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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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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