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 20대 강사는 최근 중학생 수업 도중 예상치 못한 소동을 겪었다. 문제 풀이 실수를 지적받은 학생이 책가방을 싸 들더니 강사를 밀친 뒤 강의실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학생의 어머니가 "왜 다른 학생들 보는 앞에서 우리 애에게 수치심을 주냐"라고 거세게 항의하며 강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비슷한 일을 겪었던 다른 강사는 자구책으로 자기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어떤 학생의 학부모가 "선생님이 강의하면서 아이 앞에서 욕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학원에 항의해왔다는 말을 들은 뒤 하는 일이다. 강사는 "단체 수업에서 어떻게 욕을 했겠느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들었다는데"라며 우겼다. 강사는 결국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금쪽이'들과 그 부모들의 지나친 행동 때문에 한숨짓는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사교육 학원 강사들도 '감정 노동'에 시달린다.
서울에서 고등학생 영어 강사로 일하는 서모씨(28)는 "맡은 학생이 30명인데 단순 성적 상담뿐 아니라 학생 생활 관련 상담에 매일 시달린다"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모가 상담을 요청하고, 학생이 집에서 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것을 나보고 막아달라고 할 정도로 모든 문제를 나에게 넘긴다"고 했다. 서씨는 "내가 학부모 연락을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문에 학부모에게 욕을 먹을 때도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학원 강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부당 대우를 받아도 참는다고 한다. 문제 제기를 했다가 학생이 학원을 그만둔다고 하면 학원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학원 측으로부터 좋은 소리 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학원 수학 강사 김모씨(31)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돈을 더 받는 비율제로 근무하고 있는데 학생이 떠나게 된다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폭언이나 갑질에 정면 대응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학생과 부모에게 굽히고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예방 조치나 분쟁 조정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학원 강사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없다. 따라서 이 같은 피해가 제대로 파악되거나 집계되지도 않는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원 강사들은 교사들보다도 더 열악한 상태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도, 학부모도 고객이다 보니 강사 입장에선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학원장도 수익 구조를 우선시해 강사를 보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윤 교수는 "피해가 발생해도 개별 사업장 내 개인의 문제로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사교육 시장이 커진 만큼 강사들의 이해를 대변해줄 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정부도 일정 부분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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