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조기 귀국 트럼프, '벙커버스터' 결정 직면

美 NCS 소집…이스라엘 지원 거론 가능성
이란 핵시설 파괴 위해 벙커버스터 지원해야
美 개입 시 확전 우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라는 해결책을 꺼내 들지, 아니면 '벙커버스터' 사용까지 고려할지 중대한 결정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조기 귀국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했다. 이번 NSC에서 논의될 안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동 정세를 이유로 조기 귀국한 만큼 이스라엘 군사 지원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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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했던 합의에 서명했어야 한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또 "모두 즉시 테헤란에서 대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진심이고 전쟁을 중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다음 단계는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합의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 폐기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 등 선택지를 갖게 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란의 주요 핵시설로는 이스파한주 나탄즈와 곰주의 포르도 등이 있다. 이 중 포르도 핵시설은 산악 지역 지하 깊숙이 건설돼있다. 전문가들은 포르도를 파괴하는 데 적합한 무기는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뿐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GBU-57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BU-57은 무게가 13.6t에 달하기 때문에 미군이 운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해당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벙커버스터 투하 시 미군이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미군은 지난 2년간 포르도에 GBU-57을 투하하는 작전을 연습했는데, 여러 대의 B-2 폭격기로 연속 투하해야 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작전 계획을 승인한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미국까지 참전하게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군을 보내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는데, 이 같은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경우 이란이 미국에 직접 보복을 시도하며 전쟁이 확전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직전인 지난 11일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우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며 분쟁 발생 시 미국의 역내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 제거라는 이스라엘의 핵심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포르도 핵시설의 전력을 차단할 경우 원심분리기들이 제어 불능 상태로 회전하다가 손상되거나 파괴될 수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전문가들은 포르도 시설이 남아있으면 이란이 핵 개발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포르도의 핵 시설에 대해 "항상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며 이번 충돌이 끝난 뒤에도 포르도에서 농축작업이 계속된다면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양쪽 입장을 모두 취할 여유가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벙커버스터로 위협해 평화롭게 분쟁을 끝내려 노력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이란에는 외교적 합의든 벙커버스터든 우라늄 농축을 중단을 강제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득과 강압의 조합이 실패로 끝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이 이스라엘의 전쟁인지, 미국의 전쟁인지 결정해야 할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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