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회원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비교하는데, 한국은 1996년 가입 이후 매번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3%로 2위인 일본(22%)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OECD 평균은 11.3%,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은 9.4%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임금 격차가 20%를 넘는 국가가 없다.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국제연합(UN) 경제사회이사회 자문 기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봉사단체인 '소롭티미스트(Soroptimist)'는 이러한 원인을 ▲제2의 근무(가사 노동 및 돌봄 책임) ▲경력 발전의 장벽 ▲직종 분리(직업의 성별 분리) ▲시대에 뒤떨어진 동등임금 법률 ▲고용주에 의한 성차별 등 5가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과 함께 특히 가사·돌봄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소롭티미스트는 "여성의 경력과 소득 잠재력을 제한하는 가사 및 돌봄 책임의 부담을 완화하고 부부가 더 공평하게 분담하는 문화도 필요하다"며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가사노동은 성별에 관계없는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성별 임금 공시 의무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격차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부터 마련하자는 취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12월 펴낸 '성별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해외국가와 국내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 등은 기업의 고용과 임금에서 성별 격차를 조사하고 이를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이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성평등임금공시제 5법'(자본시장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정책기본법·공공기관운영법·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은 성별 임금 공시를 법에 명시하고 격차의 원인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항목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실제 법제화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자본시장법 입법 목적인 투자자 보호와 무관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성별 임금 격차, 다양성 수준은 생산성, 실적, 주가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성평등임금공시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요구되는 ESG 경영을 준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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