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에 중동 위기까지…Fed '금리 인하' 신중 모드

이스라엘 이란 충돌 격화땐
유가 배럴당 80달러 넘을수도
유가상승 발 인플레이셔 압력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경제 충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여파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까지 겹치며 세계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 영란은행(BOE)도 이러한 대외 리스크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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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일시적으로 배럴당 78.5달러까지 상승한 후 다시 73달러대까지 조정됐지만,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판단을 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역시 "이제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등장했다. 바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이라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양국 간 적대 행위가 격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란은행 역시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이번 회의에서는 현 수준인 4.25%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와 운송 비용에 연동돼 있다. 따라서 유가가 급등할 경우 Fed는 물가 안정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금리 인하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 앞서 5월에 발표된 물가와 고용관련 경제 지표는 Fed가 금리를 조정한다면 인하 쪽이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5월 물가지수가 예상외로 안정세를 되찾은 데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은 가격을 올리고 판매를 줄인다. 그간 이를 상쇄해온 것이 유가 하락이었다"며, "하지만 유가가 상승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역전쟁과 유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과 함께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Fed 입장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물가 부담 때문에 쉽사리 인하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FT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물가 안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고용을 지지해야 하는 Fed의 이중 책무 간 균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브렌트유 가격이 여전히 연초보다 낮은 수준임을 지적하며 Fed와 영란은행이 유가 흐름보다는 자국 내 고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지표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Fed가 당장의 금리 인하보다는 물가 흐름과 고용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뒤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는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티그룹의 로버트 소킨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CNN에서 "Fed 당국자들은 관세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직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더해진다면, 금리 인하는 결국 연말쯤에나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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