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의 2호분 주인이 개로왕의 손자인 삼근왕으로 밝혀졌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2023년 9월부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재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공주시 금성동 산5-17에 있는 이곳은 백제가 공주에 도읍한 475년부터 538년까지 웅진기 왕들의 묘역이다.
연구소는 북동쪽에 있는 왕릉원 2호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금귀걸이와 어금니 두 점을 발견했다. 법의학 분석 결과, 주인은 10대 중후반으로 드러났다. 10대에 요절한 웅진기 왕은 삼근왕이 유일하다. 465년 태어나 477년 즉위했으나 열네 살이던 479년 사망했다.
연구소 측은 "2호분에서 함께 출토한 청색 유리 옥이 달린 금귀걸이도 한성기와 웅진기 후반의 중간 형태"라며 "무덤 주인이 웅진기 초기에 재위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란히 배치된 1~4호분의 주인 모두 개로왕의 직계인 문주왕 등 혈연관계에 있는 왕족들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백제가 웅진기 초기부터 정치체계를 굳건히 다지며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증거도 다수 발견했다. 2호분에서 찾은 반지는 은에 금을 도금해 줄무늬를 새긴 형태가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출토된 것과 비슷했다. 웅진 초기 백제와 신라의 긴밀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함께 출토한 철에 은을 씌워 장식한 오각형 형태의 칼 손잡이 고리 장식은 나주와 논산에서 발견된 적이 있어 당시 백제가 지방 수장층에게 하사했다고 추정된다.
왕릉원 1~4호분에선 여러 종류의 유리 옥 1000여 점도 수습됐다. 여기서 황색과 녹색 구슬에 사용된 납 성분은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구슬처럼 산지가 태국으로 분석됐다. 백제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교역망을 운영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소 측은 "백제가 정치적 혼란기로만 인식됐던 웅진기 전반에도 이미 내부 정치체계와 대외 교역망을 잘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됐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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