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경제적 자립 어려워…광산 개발만으로는 부족"

토르벤 M.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
'그린란드 경제 보고서' 현지 브리핑
"실제로 경제적 채굴 가능한 지 의문 가져야"

"소규모 광산 1~2개 개발이 그린란드의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도로와 항구, 공항 등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데 이는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입니다"


그린란드에서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는 사업에 미국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토르벤 M. 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르후스대학교 교수)은 16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프레스센터(IPC)에서 열린 '그린란드 경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당장 그린란드에서 광산이 개발돼 채굴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인프라와 노동력 등이 부족하다"면서 광산 개발이 경제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벤 M. 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르후스대학교 교수)이 16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프레스센터에서 '그린란드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토르벤 M. 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르후스대학교 교수)이 16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프레스센터에서 '그린란드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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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위원장은 북유럽 복지 모델 경제학, 공공경제학, 연금경제학 분야 전문가이다. 덴마크, 그린란드뿐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정책 자문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덴마크 연금 기금 이사회 의장, 페로제도 시스템 위험위원회 덴마크 경제 위원회 이사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그린란드 지질조사소에서 제공한 지도에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광물이 어딘가에 분포해 있다"면서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다음 단계는 실제로 경제적 채굴이 가능한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 문제로 연중 항만 접근이 어려운 곳도 있다"며 "결국 이 모든 것은 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굴 산업으로 인해 그린란드의 경제가 자립할 수 있느냐는 전망에 대해서도 안데르센 위원장은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듯 채굴이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채굴은 개방되어 왔다"면서 "다만 최근 몇 년간 실질적인 채굴 활동이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사업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 그린란드의 금광도 개장될 예정이지만, 규모는 매우 작다"면서 "대규모 채굴이 가능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린란드의 경제 자립 방식에 대한 연구는 최근 그린란드 독립 이슈와 맞물려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린란드는 정부의 수입 약 140억 덴마크 크로네(약 2조9500억원) 중 80억 크로네(1조6800억원)를 세금 등에서 충당한다. 41억 크로네(8640억원)는 덴마크 정부가 지원하는 일괄 지원금으로, 그린란드 경제에 여전히 덴마크의 재정 지원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전통적으로 어업으로 경제력을 유지해왔다. 최근 몇 년간 어업량 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났지만, 어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탓에 미래 성장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어종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어업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효율성과 자원 관리 측면에서 어업 종사 인력을 줄이고, 이들을 다른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그린란드의 현재 경제 상황을 물이 반쯤 차 있는 유리컵에 비유했다. 이현주 기자

안데르센 그린란드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그린란드의 현재 경제 상황을 물이 반쯤 차 있는 유리컵에 비유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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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그린란드 노동력의 특이한 점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상당히 낮은 고용률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력 부족의 문제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즉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라면 그린란드 지리적, 인구학적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비교적 도심에 사는 학생이 아닌 일부 소규모 학교에서는 자격을 갖춘 교사를 채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앞으로 그린란드에서 젊은층은 줄고 노년층은 늘어날 것"이라면서 "여기에 교육 수준까지 더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무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최근에는 정체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약 50% 정도가 의무 교육 이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그린란드의 잠재적인 비교우위로 관광 산업을 꼽았다. 그는 "내년에 새로운 공항을 개항할 예정이며 접근성이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황으로 앞으로 이 지역에서 성장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호텔 수용 능력이나 다양한 활동 등 인프라 구축에는 일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코펜하겐=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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