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정리한 자산만 자회사 지분부터 지방 사옥, 알짜 핵심 부동산까지 다양하다. 2027년까지 100건 이상 자산을 매각해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전자담배와 건강기능식품 등 핵심 사업 투자와 주주환원 확대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7일 금융감독원 및 온비드 등에 따르면 KT&G는 지난 4월 자회사 디앤씨덕은의 지분을 350억원에 매각했다. 2023년 3월 KT&G는 약 353억원을 들여 해당 법인의 A종 우선주 3825주(지분율 38.25%)를 취득했다. 이 주식은 연 14.5%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는 투자형 우선주다. KT&G는 투자 1년 만인 작년 말 배당금 50억7500만원을 전액 수령했으며, 올해 4월 디앤씨덕은이 이를 자기주식으로 매입하면서, KT&G는 총 4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투자 당시 설정한 IRR 기준을 충족한 시점에서의 철수로 해석된다.
디앤씨덕은은 향동지구 'GL메트로시티' 개발을 맡은 시행사다. 2021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분양 수익 520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디앤씨덕은의 최대주주는 황준연 사내이사로, 보통주 및 비의결권 우선주를 포함해 약 25.6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G의 지분은 자기주식으로 전환돼 의결권이 사라졌고, 황 이사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평가된다. KT&G 관계자는 "디앤씨덕은 지분 매각은 분양 등 사업 목적 달성에 따른 투자금 회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유동화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6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분당타워(1200억원)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 사옥도 정리했다. 회사는 전국 13개 지방 사옥 및 유휴 부동산을 온비드에 등록했고, 이 중 남양주지사(127억원), 양평지사(21억원), 무주지점(12억원), 함안지점(8억5000만원), 세종지사(16억5000만원), 울진지점(10억5000만원) 등 6건이 낙찰되고, 1건은 수의계약으로 매각됐다. 총 회수액은 약 196억6551만원, 낙찰가율은 70~90% 수준이다.
온비드에 등록한 매물 가운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자산은 고양지점(일산동), 가평 문화예술학교(구 분교), 아산지사, 북부산빌딩 601·801호 등 6건이다. 감정가는 총 265억원이다. KT&G는 연내 재입찰 등 매각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 주요 부동산 자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중구 남대문에 위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1000억~2000억원대 매각이 추진 중이며, 을지로입구 'KT&G 을지로타워'는 3.3㎡당 2700만원, 총 1500억원 안팎의 매각 희망가가 제시된 상태다. 두 자산 모두 복수의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올해에도 임대빌딩, 상업용 부동산, 지역 영업 기관 등의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KT&G가 구조개편으로 2027년까지 창출할 누적 현금은 약 1조원이다. 지난해 연 매출(5조9087억원)의 6분의 1 규모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KT&G는 2027년까지 부동산 57건, 금융자산 60건을 정리한다.
KT&G는 자산 유동화로 확보한 현금으로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전자담배와 해외 궐련사업에선 해외 생산 체계 구축에 투자한다. 건기식 사업에선 홍삼의 세계화를 위해 지원한다. 무연 담배, 니코틴 파우치 등 신개념 제품군도 확장한다. KT&G 측은 외부 협력, 자체 개발, 인수합병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주주환원 재원으로도 사용된다. KT&G는 2027년까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3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에 1조3000억원, 배당에 2조4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올해는 9000억원 이상을 집행할 예정이다. 방경만 KT&G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제고와 성장성 가속화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며 "궐련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확장형 '모던 프로덕트' 체계로 전환해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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