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신라 왕족 무덤 나왔다…"신라·당 교류 결정적 증거"

당 장안성서 2㎞ 떨어진 무덤 발굴 조사
신라 왕 사촌인 조부 이어 3대에 걸쳐 외교
학계 "신라-당 교류 증언하는 중요 자료"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에서 출토된 십이지신상 중 일부.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에서 출토된 십이지신상 중 일부.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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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에 머물렀던 신라 왕족의 무덤이 발굴 조사를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약 12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무덤에는 죽은 이의 이름, 신분 등을 기록한 묘지가 온전히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연합뉴스는 16일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이 시안시 옌타구의 'M15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무덤은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옛 시안)성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과거 도굴 피해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2022년 6월 진행한 조사에서 돌로 된 묘지를 비롯해 80여 점의 부장품을 새로 확인됐다.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에서 출토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에서 출토된 묘지석 뚜껑돌 탁본.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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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측은 출토 유물과 묘지에 새겨진 글자 등을 토대로 당나라에 신라 출신의 '질자'(質子)로 있던 '김영(金泳)'의 무덤이라고 판단했다. 질자는 외교적 관계를 위해 상대국에 보내는 군주나 유력 대신의 자제를 말한다.

중국 현지에서 발굴 조사를 거쳐 신라 왕족 출신 인물의 무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원 측은 "(묘지) 비문을 통해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해졌다"라며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최초의 사례여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무덤 주인의 삶을 기록한 묘지는 무덤 방 입구 안쪽에서 발견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몸통 돌에는 총 557자를 새긴 것으로 파악된다. 묘지의 가로·세로 길이는 약 38㎝로 정사각에 가까운 형태로, 덮개(뚜껑) 돌과 몸통 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위·아래가 합쳐진 채로 나왔다.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 내부 모습.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신라 출신의 질자 '김영'의 무덤 내부 모습. 김영관 교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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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조사 내용이 공개되자 국내 학계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신라 출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묘지가 중국에서 나온 바 있으나 무덤과 함께 명확하게 확인된 건 처음인 만큼, 학계에서는 묘지에 기록된 가족 관계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김영관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덤 주인인 김영의) 조부는 신라에서 와서 황제를 숙위(宿衛)하던 김의양으로 돼 있는데, 신라 국왕의 당형(堂兄·사촌 형)으로 기록돼 있다"라며 "김영 무덤과 묘지명은 8세기 신라와 당 사이의 외교 관계와 인적 교류를 증언해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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