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의 속터뷰]정성장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확보해야"

"북한은 지금 대화에 나설 이유 없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이루어질 것"
"전문가 모두 모여 중장기 로드맵 짜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직무대행)이 지난 13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시사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정 부소장은 "북한은 지금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큰 그림을 갖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은 확보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등장 이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북한의 움직임이 달라진 게 있나?

미미한 움직임은 있다. 트럼프가 재선했을 때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를 했다. 과거 조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는 일반 주민들이 보지 않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공개했다. 그러니까 바이든 당선에 대해서는 좀 외면했던 측면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도 노동신문을 통해서 신속하게 보도했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은 지금 셈법을 바꾸기 어렵다. 전례 없이 좋은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과는 열애 관계에 빠져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러브레터를 보내려고 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그런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서로가 김정은하고 대화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김정은으로서는 그야말로 행복한 순간이다. 그런데 트럼프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서 실익이 있느냐 했을 때 그건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한국·미국에 대해서 초강경 태도는 취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은 북한의 입장이 크게 바뀔 상황이 아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직무대행)이 지난 3일 AK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직무대행)이 지난 3일 AK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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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당분간 한국과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는 얘기인가.

한국과 미국이 북한하고 대화하려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017년에 중국·러시아·미국이 손잡고 북한에 대해서 제재를 했다. 이러다가는 다시 고난의 행군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북한을 대화에 나서게 했다. 지금은 러시아가 제재를 푼 상황이고 중국도 풀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북한이 아쉬울 게 없다. 또 하나는 북한이 생각하기에 대화를 거부하는 것보다 확실한 실익이 있다면 대화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둘 중 아무것도 아니니 북한이 지금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리에 비하면 훨씬 빈곤하다. 김정은이 잘한 게 있다면 시장을 좀 풀어줬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성과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김정일은 간부가 충성심만 바치면 일 못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그 간부를 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일 못 하는 걸 못 봐주는 유형이다. 충성심은 기본이고 일 못 하는 간부들을 즉각 강등시키거나 해고하거나 한다.


그게 뭐랑 연관이 있냐면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광이었다. 승부 기질이 있다. 경기가 끝나면 김정철은 수고했다 하고 돌아가는 반면 김정은은 지면 왜 졌는지 분석해서 다음엔 반드시 이기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지금 북한을 이끌어가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하고 그런 게 아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 경제가 우리의 1960년대 정도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1970년대 중·후반 정도다. 우리보다는 30년 정도 뒤처져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주재 북한 대사 쪽에 친서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금 김정은이 친서를 받으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받을 게 많다.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에 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확성기 중지를 지시했고 북한대 대남방송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적인 변화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부분적인 변화가 과연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대북 확성기 중지 조처를 내린 것은 잘했다. 불필요하게 상대방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긴장 완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얘기해온 남북 대화 재개 조건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요구에 우리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 대답을 해야 한다. 난 빵 먹고 싶다는데, 밥 먹어, 짜장면 먹어, 이렇게 다른 얘기만 했다. 종전선언 같은 것들이 다 그런 것이다. 이것은 절대 안 된다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정 부소장은 "지금은 아니지만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소장은 "지금은 아니지만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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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또는 이재명-김정은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트럼프-김정은 간 정상회담은 지금은 아니지만 성사될 것이다.


북한이 지금 핵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자 동시에 우리에 대한 위협 아닌가.

미국에 1차적인 위협이 되고 그다음에 2차적으로 우리한테 위협이 된다. 북한이 ICBM을 개발한 이유는 미국에 쏘겠다는 것보다도 미국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이 개입을 못 한다.


핵잠수함은 또 생존 능력을 더 확실하게 키운다. 미국 본토까지 가서 쏜다고 했을 때 미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우리한테도 굉장히 심각한 위협이다.


최근 미국에서 당국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미 연합훈련 중지 등을 포함해 북한 쪽에 제시할 만한 어떤 안들이 어떤 게 있나 이런 것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정책도 크게 변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근본적인 변화를 보인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는 자유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으로 진영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었다.

지금은 미국 우선주의, 그러니까 동맹도 미국을 갈취했다는 '안보 무임승차' 생각이 강하다.


북한의 핵 보유 그리고 핵잠수함 만드는 이러한 도발 행위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당장은 적어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은 확보해야 한다. 핵 잠재력은 일본도 NPT 체제 내에서 가능했다. 핵 잠재력을 얘기할 때 그 두 가지를 말한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그리고 우라늄 농축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으면 포화 상태가 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우라늄 농축도 왜 필요하냐면 지금 전 세계가 원자력 발전에 상당히 크게 의존하고 있다. 원전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전력 먹는 하마다.


그렇다 보니 농축 우라늄 단가가 최근 몇 배나 뛰었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사오는 농축우라늄의 3분의 1 정도를 러시아로부터 사 오는데 과거에는 러시아가 수요가 많지 않았으니까 한국이 사겠다고 하면 당연히 당연히 팔았지만, 지금은 한국 말고도 다른 국가들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도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는 게 꼭 필요하다. 한국이 원자력 강국 5대 강국임에도 이런 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당연히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이야기해야 한다. 핵 잠재력을 통해서 우리가 두 마리 토끼, 하나는 사용 후 핵연료 포화 상태를 막을 수가 있고 또 하나는 우라늄 농축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한에도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정 부소장은 "큰 변화를 가져오려면 협상 테이블에 모든 것을 올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소장은 "큰 변화를 가져오려면 협상 테이블에 모든 것을 올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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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후계자가 김주애라고 봐도 무리가 없나?

김주혜가 후계자로 결정된 건 아니고 내정됐다. 김정은-이설주는 두 딸만 뒀고, 김주애가 장녀다.


이종석 국정원장이 등장했다. 남북 관계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 조언한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오기 위해서는 북한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 북한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해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나가야 한다. 보수는 지나치게 강하게 나가고 진보는 너무 부드럽게만 나간다. 연애할 때도 밀당이 좀 필요하지 않나. 그런 게 좀 아쉽다.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한다.


큰 변화를 가져오려면 협상 테이블 위에 모든 걸 다 올려놔야 한다.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협정,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핵미사일 프로그램 일단 동결 그다음에 해체까지 등등. 긴 안목을 가지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 15년 정도 목표를 잡고서 그사이에 단계적으로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그러면 제재도 거기에 상응해서 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나 평화 협정 체결 이런 걸 뒷순위로 미루는 게 아니라 뭐 앞부분이나 초기에 확실하게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크게 주고받아야 의미 있는 성과가 가능하다. 비핵화가 100%라면 종전선언은 2~3%밖에 안 된다. 우리가 어떤 큰 그림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보수·진보 전문가들 수백 명을 다 모아서 그 용광로 속에 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집어넣고 그래서 이제 정교한 안을 만들어서 모두 수용할 만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이러한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서 과거 정부들이 못했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그래서 한반도 동북아에서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실제로 평화를 주도하는 그런 국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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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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