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위원장을 했던 법조인 출신 A씨는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국무위원급 직책을 맡아주겠냐고 입각 제의가 들어왔지만, 고사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직 이력, 인사청문회 경험을 모두 고려해 그에게 제안했지만, A씨는 제안 당시와 향후 직업·사회 활동 등을 모두 숙고한 끝에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특정 진영 인사로 주목받게 되면 자신이 구축하고 있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자신이 소속된 로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사건을 수임하는데 로펌이 특정 진영에 편중돼 있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장기적으로 곤란하다는 내부 조언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진영 낙인찍기를 통한 직업 활동의 유불리,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과도한 망신주기가 전문가들의 입각을 꺼리는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후보자 가족의 사생활까지 탈탈 털다 보니 가족들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렵사리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직을 수행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가 한 일이 부정되며 때에 따라 수사를 받기 때문에 고사했다는 후문도 있다. 동료 교수들이 입각 제안을 고사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는 대학교수 B씨는 "학교에서 정년까지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사회적 평판도 지키고, 안정적인 노후도 가능하다. 굳이 정쟁의 한복판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며 "정치인이 아니고서는 자신과 가족들이 모욕적인 경우를 겪었을 때 버틸 맷집이 없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바뀌면 여야가 공수를 교대하듯 모욕주기 인사청문회를 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여론재판식' '망신주기식'이라고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책을 당부한 바 있다. 더욱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해놓고도 적격·부적격 등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 내각 구성이 지연되거나 임명 강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에서 3명에 불과했으나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문재인 정부 34명, 윤석열 정부 29명에 달한다. 전임 정부에서 인사 검증에 참여했던 C씨는 "통상 입각을 제안하고 인사 검증에 동의를 구하면 절반 이상은 난색을 보이며 고사한다"며 "지나치게 과도한 신상털기·망신주기식 청문회,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등 발목잡기로 정부 조각과 인선, 운영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사청문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대안으로 검토되는 비공개 청문회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부적절한 면이 있다"면서도 "후보자의 과거 위법행위 이력, 실정법 위반 사안은 알리되 이를 제외한 모욕성 의혹 제기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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