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은 6월의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빽빽한 나뭇가지 끝이 서로 침범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자라는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의 꼭대기 즉 '수관(樹冠)'이 이웃한 나무 사이에서 자기 영역을 지키며 자라는 자연 현상이다, 식물학자들은 나무 끝의 가지와 잎들이 엄격히 경계를 이루는 모습이 마치 왕관 모양을 닮아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라고 부른다.
'크라운 샤이니스'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정설이 없지만, 과학자들은 나무들이 오랜 세월 진화해온 정교한 생존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숲속의 나무들은 그 간격 덕분에 가지들 틈새로 햇살이 숲 바닥까지 스며들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옆 가지에 부딪혀 서로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다. 나무 꼭대기들 사이로 분명한 경계가 보이고, 그 사이로 얼기설기 하늘이 드러나는 게 마치 거대한 생명체들이 조심스럽게 공간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숲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고 있지만 그 끝은 서로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경이롭다.
'크라운 샤이니스'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를 내건 이재명 정부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 첫째, 경쟁자인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포용하는 리더십이다. 숲에서 나무들이 경쟁하면서도 정교한 상생 전략을 찾듯이 이재명 정부는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 21대 대선의 민심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 60% 이상이 '내란 종식'을 바란다는 여론조사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50% 고지 앞에서 멈췄고, 김문수 후보는 40%대 득표를 겨우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가 '포용 정치'를 외면해 파국을 맞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크라운 샤이니스'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리더십이다. 한국 사회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청년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3사 출구조사 연령별·성별 득표율을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이준석 37.2%, 김문수 36.9%, 이재명 24%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이재명 58.1%, 김문수 25.3%, 이준석 10.3% 지지로 확연히 갈라졌다.
20대 남성들의 표심은 경제적인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에서 찾아야 한다. 단순히 20대 남성들의 보수화로 평가하면 안 된다. '12.3 비상계엄' 후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분석한 '광장 이후'(문학동네)에서 공동 저자 이재정은 광장에 나온 청년 1000명에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경제적 불평등 심화'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플랫폼 노동으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취업시장과 중장년층과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좌절하고 있으며 청년 여성보다 남성이 미래에 대해 더 불안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희망이 없는 세대'라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청년들의 표심은 최대 권력자의 교체뿐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대개혁'에 대한 열망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크라운 샤이니스' 리더십으로 숲 아래, 옆 모든 공간의 작은 식물과 생명체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조화로운 숲의 공동체를 이루듯 이재명 정부는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교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콘텐츠편집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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