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립스틱 산다"…'립스틱 지수' 만든 에스티 로더 명예회장 별세

향년 92세 나이로 가족 곁에서 숨 거둬
자선가와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

에스티로더를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의 하나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16일 연합뉴스는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에스티로더의 명예회장인 레너드 로더가 향년 92세의 나이로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레너드 로더는 부모가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한 이 회사를 이끌면서 클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보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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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난 1958년 회사에 합류했을 때 연간 매출은 80만 달러(약 11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009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에스티로더의 매출은 73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2023년 3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로더의 순자산은 262억 달러(약 35조9천억원)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명이었다.


특히 그는 2001년 '립스틱 지수'라는 경제지표를 창안해 명성을 얻었다. 경제침체기에도 화장품, 특히 립스틱 구매는 경기와 반비례하는 '립스틱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실제 9·11 테러를 겪은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고, 앞서 대공황 때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수집해온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입체주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당시 기증한 미술품들의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로 추산돼 해당 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 기증이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재단을 설립하는 등 광범위한 자선활동을 벌였다.


로더 회장의 아들인 에스티로더의 윌리엄 로더 회장은 성명을 통해 "아버지는 평생 화장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했고 수많은 혁신과 트렌드를 개척했다"면서 "무엇보다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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