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 등 핵심 고위직 인선을 속속 마무리하는 가운데, 2차관 자리에 환경부 출신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직에 기후·환경 분야 관료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와의 정책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 안팎에서는 당초 에너지 전문가로 분류되는 문신학 신임 1차관이 2차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산업 정책 전반을 관할하는 1차관에 임명됐다. 문 차관은 과거 에너지정책관과 자원산업정책관 등을 역임하며 실무 경험을 쌓은 '정통 에너지 관료'로 분류돼 왔다. 대통령실 보도자료에서조차 "에너지 전문가"임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관이 아닌 1차관으로 기용되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한 관계자는 "부처 간 기능 조정을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준비 중인 기후에너지부(가칭)의 신설을 염두에 둔 교통정리 차원의 인사 배치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2차관실 업무를 잘 아는 인물을 보내, 해당 기능을 기후에너지부로 원활히 독립시키라는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며 "신설 부처 출범 전, 산업부 내 에너지 기능을 사전에 정리하려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가에서는 산업부 2차관에 환경부 전·현직 관료가 앉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정책에 정통한 인사를 에너지 콘트롤타워에 배치함으로써 향후 산업부와 기후에너지부 간 정책 조율 기능을 강화하려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실제로 산업부 2차관은 에너지정책실, 자원산업정책관, 수소경제정책관 등 에너지 관련 조직을 관할해온 자리로, 기후전환·탄소중립 등과 맞물린 부처 간 조정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 내부에서는 기존 기후 관련 부서를 단순히 독립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까지 흡수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산업부의 일부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야 실질적인 정책 통합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환경부는 본청 차원에서만 약 200여명의 기후 관련 인력을 운용 중이다. 기후탄소정책실을 중심으로 기후국, 대기국, 녹색전환국 등이 있으며, 기후위기대응단 등 전략 조직도 갖추고 있어 사실상 독립 부처에 준하는 위상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후와 환경 중심의 산업 전환"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산업 정책의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왔다.
한편 산업부 내부에서는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산업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에너지 부서의 본래 기능과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 관련 인사가 들어오면 산업부 내 에너지정책이 변곡점을 맞게 될 수 있다"며 "조직 문화와 정책 방향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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