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주간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추경에 금리인하가 선(先)반영돼 시장 심리가 자극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대다수의 사람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저축하며 알뜰하게 사는 사람들은 억 단위로 뛰는 아파트에 한숨만 내쉰다.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약 200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35%에 달한다. 이들의 5년 내 폐업률은 72%에 이른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이 이제는 고령층 생존의 최후 보루가 되는 셈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자영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 밑으로 하락했다.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드는데 왜 그들은 돈을 못 버는 걸까? 소비자들이 쓸 돈이 없어 내수가 부족하니 발생하는 문제다. 직장인 월급이 증가하는 비율보다 물가가 더 오르니 2100만명에 육박하는 근로 소득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뒷걸음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월급 오르는 것보다 서울 집값 상승이 높으니 대출이자 갚느라 쓸 돈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자영업자도, 대다수 근로자도 다 가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재고할 대책이 있지 않을까?
첫째, 자산 격차를 몰고 온 '똘똘한 한 채' 정책에 손을 보아야 한다. 서울 신규 물량 공급 부족과 지역별 양극화 심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똘똘한 한 채'의 선택이 재테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현상을 만든 주체가 정부였다는 점이다.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게 바람직한 현상일까? 왜 꼭 집이 비싼 한 채에 몰려야 하나? 여러 채의 주택을 가져봐야 양도세 중과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가치 높은 한 채에 집중해 자본 이득을 도모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른 나라에 볼 수 없는 이런 길을 열어준 게 바람직할까?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반드시 이번 정부에서는 시정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도 살고 노·도·강도 산다.
둘째,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공실률이 증가하는 추세로 중대형 상가에서 공실률이 높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의 영향으로 상업용 부동산 업계도 앞으로 예상되는 긴 경기 침체의 시간을 빠져나가야 갈 것으로 보인다. 지식산업센터 시장도 침체하면서 공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업종 제한까지 있어 더욱 회복이 어렵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새 정부는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새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뒷받침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부동산에 집중된 부를 분산하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행위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고 상법개정,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약속했다. 물론 기업이익 증가 없이 주가지수가 오를 수 없으나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두 팔을 걷어 올려야 한다.
주식 시장구조를 경영성과와 유동성, 기업지배구조 같은 기준에 따라 재편하고 시장 특성에 맞는 상장 유지요건을 적용하는 방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부가 똘똘한 한 채로 몰려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보다 주식으로 국민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배당촉진제를 준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가 제시한 상법 개정은 너무나도 중요한 과업이다. 우리 주식시장이 만개하여 많은 이가 부를 누리고 똘똘한 한 채에 몰린 부가 분산하길 바란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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