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전자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 물에서 녹아 사라지는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물성소재연구센터 조상호 선임연구원과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주용호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소재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4월28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을 통해 공개됐다.
물에 녹는 전자소자는 기존에도 개발이 이뤄졌으나, 이전까지는 정보 저장기능이 없거나 반복적인 물리 변형에 취약함을 드러내는 등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전자소재는 고성능 정보 저장 기능을 갖춘 동시에 물에 담그면 수일 내 분해가 완료되는 고분자 소재다.
연구팀은 정보 저장이 가능한 기능성 분자인 유기화합물(TEMPO)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과 결합해 새로운 분자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분자로 전기적 신호 저장과 자연적 분해 기능의 동시 구현에 성공했다.
보호층의 두께를 조정하면 분해가 시작되는 시점을 조절할 수 있어, 보호층이 사라지면 3일 후 물속에서 잔류물 없이 자연 분해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고성능 유기 메모리 소자에 물리적 소멸 기능을 통합한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소재로 만든 메모리 소자는 트랜지스터 성능 지표인 켜짐(On)/꺼짐(Off) 전류 비율이 100만배 이상으로 높아 우수한 신호 구분 성능을 보인다. 또한 최소 1만초 이상의 안정적인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아울러 250회 이상 구동하거나 3000회 이상 반복해 구부려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소재가 체내 삽입 후 자동으로 소멸하는 생체 삽입형 의료기기, 일회용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기, 친환경 정보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자가 치유 기능, 광반응 기능 등을 결합한 '지능형 소멸 전자소자'로 발전시켜 차세대 생체 전자기기와 친환경 디바이스의 실용화를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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