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수학 성취도가 유아기에는 비슷하나 초등학교 입학 4개월 만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스페인 엘파이스 등 외신은 프랑스 파리 시테대학 폴린 마르티노 박사팀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 내용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2018~2022년 시행된 프랑스 국가 학업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국 초등학교 1·2학년(5~7세) 어린이 265만3082명의 언어 및 수학 평가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영아기와 유아기에는 남아와 여아가 수와 공간에 대한 지식에서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입학 초기까지도 남녀 학생 간 평균 수학 성적에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4개월 만에 남학생의 성적이 여학생보다 높아지는 차이가 명확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2학년 초에는 그 격차가 약 4배까지 커졌다.
2학년 초 성별 차이의 효과 크기(effect size)는 약 0.20으로 분석됐다. 이는 4개월 만에 나타나기 시작한 남녀 간 수학 성취도 차이가 8개월 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대된 것을 뜻한다.
초등 1·2학년의 수학 성취도 성별 격차는 사회경제적 지위, 시험 유형, 공립·사립 여부 등과 무관하게 프랑스 전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한 나이보다는 학교의 교육이 진행되면서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수학에서 성별 격차가 남아에게 유리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과 장소가 바로 학교 입학 첫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남녀 간 수학 성취도 격차 해결을 위한 개입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같은 성별 격차가 '여자는 수학을 못 한다'는 사회문화적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고정관념이 실제로 여학생의 수학 성적과 자신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어 "다만 이런 고정관념이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굳어졌는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는 성별 격차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남녀 간 수학 성취도 격차 해소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유치원 등 가능한 한 이른 시기부터 개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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